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부재가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초동 대응부터 실종자 구조에 이르기까지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해군, 지자체는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재해 발생 시 신속한 상황전파와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통합지휘무선망인 재난망이 이 때문에 다시 조명받고 있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온 재난망과 관련한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해본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논의된 재난망은 12년째 표류 중이다.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소방방재청, 옛 행정안전부로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연구와 시범사업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본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08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이후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안전행정부와 예타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간 논의의 핵심 쟁점은 ‘경제성’이다. 프로젝트 효용성을 비용으로 나눈 ‘투자비용 대비 효용성(benefit cost ratio)’ 수치가 1 이상이 돼야 사업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용 기술과 예산, 기지국 수와 종류,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두 기관 담당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재난망 사업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사업 초기에는 국민안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굳이 경제성을 따지는 예타를 거쳐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와 예외조항으로 (예타 없이)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면서 “하지만 잡음을 우려해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털어놨다.
안행부는 2013년 예타 신청 때 기존 연구와 KT 제안서 등을 토대로 와이브로 구축 시 기지국 7600개(장비가격 1286억원), 테트라 구축 시 920개(장비가격 1569억원)가 투입된다고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와이브로 기지국이 테트라에 비해 8배 이상 필요하다고 봤다.
전체 비용은 테트라가 9025억원(800㎒), 와이브로가 1조2427억원(700㎒)이 든다고 예상했다. 와이브로 주파수를 2.3㎓로 변경하면 구축비용은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두 기술 모두 1조원을 넘나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트라와 와이브로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달 초 KDI가 3차 보고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안행부에 전달했으며 안행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행부 재난안전망 기획단 담당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직까지 결론이 난 게 전혀 없으며 앞으로 KDI와 안행부 간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감사원 지시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이유 중 하나도 결국은 과다한 투자비 때문이었다. 당초 3000억원 수준이던 투자 예상액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9년 KDI 예타 조사 때 결국 ‘경제성 확보 곤란’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번 예타 역시 경제성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에 이어 세월호 참사가 다시 벌어지면서 예산 타령과 경제성 논리가 결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기업과 달리 정부는 경제 논리에 앞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세금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비용 대비 효용성이 1 이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난망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담당 공무원은 ‘경제성보다 국민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논리로 윗선을 설득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2013년 예타 당시 기술별 장비 수와 가격
안호천기자·김시소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