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부터 파행이다. 16일 부위원장을 선출하는 첫 상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이나 야당 측 김재홍 상임위원이 불참한다. 김 위원은 야당 위원 한 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5명의 상임위원 중 3명만으로도 개회와 의결이 가능해 회의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과 여당 위원만으로 열리는 반쪽 회의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방통위는 대표적인 합의제 기구다. 시작부터 걱정스럽다.
이런 파행은 야당 측 고삼석 의원 임명이 늦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청와대 잘못은 아니다. 법제처가 고 위원이 자격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마당에 이 의견을 묵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회 잘못도 없다. 국회는 이미 자격요건 조항을 해석하고 고위원이 자격에 합당하다고 판단해 본회의 투표를 거쳐 추천을 확정했다.
결국 방통위 유권해석 요청을 받아도 각하했어야 할 법제처가 심사까지 한 것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 유승희 국회의원 주장에 따르면 법제처는 국회, 감사원, 선관위,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헌법기관 소관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헌법기관은 유권해석을 요청할 수 없다.
고 위원은 방통위설치법이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논란이 인 그의 경력 역시 해석이 분분하다. 방통위가 법제처 이전에 5개 로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결과 두 곳은 적격, 한곳이 중립, 나머지 두 곳은 국회 경력만 적격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결국 청와대 비서실 경력이 논란거리인데 방송통신융합 업무를 담당한 홍보수석실 근무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경력이다.
설령 고 위원을 교체하려 해도 재추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추천 권한이 있는 국회가 재추천 요청을 받아주는 순간 입법부 결정을 행정부가 뒤집는 입법권 훼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임위원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 방통위원이 아니다. 방통위가 국회에 재추천을 요청할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방통위가 요청하는 바람에 엉뚱한 정치 논란으로 키웠다. 청와대도, 국회도 원치 않는 논란이다. 법제처의 결자해지만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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