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21사업 등 SCI 위주 대학평가와 예산지원이 국내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경쟁력을 하락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SCI 논문 게재가 대학이나 교수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용기술 개발보다 논문 위주 실험실 연구에 주력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학 등에 따르면 지난 2007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R&D 투자와 R&D 산학협력 수준은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SCI 논문 게재 건수가 증가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SCI 논문은 점유율 기준으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2003년 2만755편, 점유율 1.97%에서 2012년 4만7066편, 2.78%로 늘었다. 같은 기준 점유율 순위도 14위에서 10위로 올랐다.
반면에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R&D 투자는 2007년 세계 6위(5.56점) 이후 급격히 하락해 지난해 20위(4.55점)로 14단계 하락했다. 특히 기업과 대학의 R&D 협력 정도는 2007년 5.37점(5위)으로 독일(5.31점, 6위), 일본(4.88점, 14위)을 앞질렀으나 2009년에는 4.56점(24위)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경쟁국에 추월당했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학장은 “지난 10년간 SCI논문이 30% 이상 늘어났지만, 산학협력 건수는 절반으로 줄었다”며 “국제 유명학술지 게재 등에 집중하면서 실험실이나 페이퍼 워크에 주력하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기술만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기됐던 대학 내 장롱특허 문제도 동일선상에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공과대학과 교수 평가방식을 SCI 논문보다 오히려 산학협력 실적 등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은 “공대는 자연대 등 다른 이공계 대학과 다르다”며 “공대가 기업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산학 간 인력 미스매치와 대학 5~6학년의 양산 등의 청년실업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 대다수는 학부 수준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대학 랩(연구소, 실험실)이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 역할을 대신한다면 기업 경쟁력 향상과 함께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서울대에서 대학 기술과 기업을 연계하는 코디네이터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건우 학장은 “대학 실험실 장비와 인력(교수, 학생)이 중소기업과 만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최근 기업협력 실적이 논문(SCI) 실적과 동등하게 평가되는 안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