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미국 IBM은 한국IBM 신임 사장에 셜리 위-추이 사장을 임명하면서 그가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IBM은 보도자료를 통해 ‘위-추이 사장이 글로벌 비지니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리더십, 영업, 서비스 전반에 폭넓은 경험을 갖췄을 뿐 아니라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시장과 문화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IBM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BM은 그동안 한국인 대표 체제를 유지해와 외국인인 위-추이 사장의 선임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그 성과는 가시권에 들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IBM이 최근 5년 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IB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IBM은 2013년도에 매출 1조2254억원과 영업이익 1420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6억원, 영업이익은 205억원 줄어든 수치다.
한국IBM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건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1조2000억원대에서 그간 등락을 반복했지만 영업이익만큼은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하드웨어 사업인 ‘시스템과 테크놀로지’ 부문의 부진이 꼽힌다. 슈퍼컴퓨터·서버·스토리지 등을 전담하는 시스템 부문 매출은 전년 비 356억원이 감소한 3244억원을 기록, 한국IBM의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줬다. 또 IT 구매와 관련 금융지원을 담당하는 ‘글로벌 파이낸싱’ 사업 부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스템과 파이낸싱 양 사업은 지난 2010년 이후 줄곧 감소해왔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 매출이 그나마 매년 규모를 늘리면서 충격을 상쇄해왔지만 지난해는 역부족이었다.
한국IBM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후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8년간 한국IBM을 이끈 이휘성 사장을 본사로 발령 내고 셜리 위-추이 사장으로 교체, 외국인 CEO를 통한 전략적 변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위-추이 사장은 IBM내에서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TS), 글로벌프로세스서비스(GPS), 전략 및 신규 비즈니스 개발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IBM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국IBM은 최근 실적과 사업 전망에 대한 확인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한국IBM은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미국 IBM과 중국 레노버의 계약에 따라 x86 서버 사업을 레노버 측에 넘기게 된다. 올 2분기 중으로 후속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드웨어 사업 처분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료: 감사보고서)
(자료: 감사보고서)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