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더 은밀해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개방형 SNS 일변도에서 밴드와 카카오그룹 같은 폐쇄형 SNS가 생겨나더니 이제는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익명형 SNS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대표적 사례가 블라인드다. 블라인드는 회사메일 인증을 거쳐 재직 중인 직원만 가입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모바일 서비스다. 인터넷 업계를 중심으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일례로 네이버 블라인드 가입자는 3800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카카오도 지난주 블라인드에 익명게시판을 만들었는데 벌써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했다. NHN과 카카오뿐만 아니라 넥슨, 엔씨소프트, 다음, 티켓몬스터, 쿠팡 등 내로라하는 인터넷 업계 기업이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도 IT 기업에 블라인드 익명 게시판 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영준 팀블라인드 공동대표는 “직장인이 하루에 보내는 시간의 3분의 2가 직장 내에서 이뤄진다. 한 IT업계 직원은 회사 내에서 페이스 북이나 밴드보다 블라인드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도 말한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공감도 높은 이야기와 익명을 무기로 한 허심탄회한 토론들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블라인드에 이어 컴퍼니도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회사 익명 게시판 앱을 개발했다. 같은 회사 동료끼리만 이야기 나누는 ‘우리회사 게시판’과 컴퍼니에서 지정한 경쟁사 직원끼리 업계 정보공유나 교류의 기회를 갖는 ‘이 바닥 게시판’을 운영 중이다. 컴퍼니도 회사 이메일 인증이 필요한 익명형 SNS다.
개방형에서 폐쇄형에 이어 익명형 SNS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얘기뿐이 아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익명형 SNS인 ‘시크릿’과 ‘위스퍼’가 투자자의 물망에 올라와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시크릿의 현재 기업 가치는 4000만달러(약 420억원)다. 얼마 전 1000만달러(약 105억원) 투자를 받았다. 위스퍼 기업 가치는 무려 2억달러(약 2100억원)로, 3000만달러(약 315억원) 추가 투자를 받았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술자리에서 친한 회사 동료끼리 하던 얘기를 익명 SNS에서 하는 현상은 페이스북 같은 개방형 SNS, 밴드 같은 폐쇄형 SNS와는 또 다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실명 상황에서 신경 써야 했던 여러 사회적 관계를 내려놓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었던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