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7>전략계획과 공상을 구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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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는 푸짐한 음식을 차리고 불판에는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회식 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썰렁한 농담이 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할 거야, 오늘 회식이 끝나고 내일부터.” 우리는 그 다이어트가 내일에도 시작되지 못할 것을 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야기하는 거창한 미래 비전에 대해 두세 번의 ‘왜?’와 ‘그래서?’라는 질문으로 파고들면 금방 바닥이 보인다. 비전을 구체화하는 전략과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투자를 받아 돈이 생기면 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이야기는 넘어야 한다. 세상은 염원과 텔레파시로는 한 뼘도 좋게 바뀌지 않는다.

경영학의 각종 기법, 도표, 계산식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갖고 전략계획을 표현하려 한다. 현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완벽한 전략계획을 자주 본다. 화려한 황금마차가 말(馬) 없이 혼자 달릴 수 없듯이 전략계획 역시 지금 당장 첫발을 디디며 실행할 계획 없이는 전시물에 불과하다.

전략계획을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오해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이 필요하다고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했다. 기업가는 미래를 예측해 베팅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의 실행으로 미래를 바꾸는 사람이다. 전략계획은 미래에 실행할 일을 지금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게으른 회피’를 멋지게 포장한 것이다. 전략계획의 중요한 조건은 바로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늘 할 일’을 ‘지금 결정’하고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사명선언서와 가치들이 홈페이지와 사업계획서 첫 부분을 장식하지만 예산과 인력은 다르게 배치된 것을 발견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사명과 가치를 믿고 따르지 않는다는 고백이다. 전략계획은 지금 할 일을 결정한 후에 그 업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과 필요한 예산을 지금 당장 투입하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고 변하는 것은 여자의 마음이 아니라 실행을 미래로 미룬 창업가의 전략계획이다. 수시로 바뀌고 까맣게 잊어버린다.

오늘 회식에서 먹을 고기 10점 대신 8점을 먹기로 하고 오늘부터 실행하는 것이 전략계획이다. 내일의 결심을 오늘 계획하는 것은 전략계획이 아니라 공상에 불과하다. 전략계획과 공상을 구분하라.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