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명답(名答)은 뿌리산업에 있다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지난 2001년 제정된 ‘부품·소재 특별조치법’을 밑거름 삼아 경쟁력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 한시법으로 제정된 특별조치법은 2021년까지 연장돼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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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의 발전은 뿌리산업에 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공정 기술을 이용해 제품 형상을 제조하거나 소재에 특수기능을 부여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가공하는 공정 산업이다. 최종 제품의 질과 부가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한국 기업 사례에서도 뿌리기술이 자동차·정보기술(IT) 제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바일 렌즈용 금형 설계·제작 기업 나노몰텍은 삼성전자 갤럭시S4에 탑재된 1300만 화소 카메라렌즈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회사는 상·하판 오차가 머리카락 두께 35분의 1인 0.002㎜로 세계 최고 수준의 뿌리 기술을 보유했다.

포르쉐 카이엔의 계기판을 제조한 건우정공의 금형기술과 미 군용트럭의 차동기어박스 부품을 만든 진흥주물의 주조 기술도 대표적인 토종 뿌리기술이다.

그럼에도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여전히 질적으로는 일본에 뒤처지는 실정이다. 최근엔 중국의 추격까지 직면했다.

정책 담당자와 학자들이 우리 소재부품산업 입지를 강화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소재부품 경쟁력 제고의 ‘명답’이 뿌리산업에 있다는 데 동조한다. 뿌리기술은 개도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마지막 고부가가치 기술 영역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모노쓰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 제품을 만드는 장인정신) 국가 전략 비전’을 수립해 제조업 강국의 명성 회복과 경제 부흥을 도모했다. 주조·단조·금속프레스·금형제조를 포함하는 중소 모노쓰쿠리 기업을 중점 지원했다.

미국은 2009년 ‘제조업 부양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부품 업체가 고성장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중소기업 역량 강화 정책에 따라 뿌리산업을 지원하고, 고도의 뿌리 기술을 기반으로 첨단 산업을 육성했다.

중국도 2009년 제조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환하기 위해 ‘10대 산업진흥조치’를 마련했다. 자동차·철강·기계설비 등 주력 산업을 선정하고 그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우리 정부도 늦게나마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1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하고, 1년 뒤 ‘제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앞서 도출된 인력·입지 등 일선 현장 애로를 중점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다. 이를 골자로 한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이 뿌리산업발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앞으로 지원시스템 고도화, R&D 지원 강화, 공정혁신 촉진, 인력선순환 구조 정착, 경영·근무환경 개선 등 5대 분야로 나눠 추진할 방침이다.

뿌리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의지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 시스템을 활용해 연구개발(R&D)과 공정 혁신·애로 사항을 해결하려는 현장의 노력이 요구된다. 핵심 뿌리기술을 개발하는 산업계, 연구·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연구기관과 학계 등의 노력도 절대적이다.

이들 모든 기관의 노력이 함께 해야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모두의 노력이 빛을 발해 뿌리산업 성장을 이루고, 소재부품 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정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소장 jhkim@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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