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발목 잡은 세계 최초의 지상파 3D 드라마

세계 최초 지상파 3D 드라마가 TV제조사와 방송사 공동 기획으로 방영됐지만 3D 방송 인프라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로 3D 방송 확대에 있어 중요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BS는 LG전자 지원으로 제작한 ‘강구이야기’를 3D 본방송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해 방영했으나 시청률이 5% 이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3D 방송 수신 환경에서 이 정도 시청률도 기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듀얼스트림으로 방송된 3D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SBS의 3D 본방송을 보려면 관악산·남산 등에서 송신되는 수도권 지상파 신호를 직접수신하거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8VSB로 재송신하는 신호를 받아야 한다.

지상파와 영상 코덱이 다른 셋톱박스 기반 유료방송에서는 듀얼스트림이 구현되지 않는다. 3D 송출 설비가 구축되지 않은 지방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지역민방 관계자는 “직접수신 환경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방송사가 3D 듀얼스트림 송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 말했다. 결국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8%에 불과한 국내에서 ‘수도권+3DTV+직접수신 또는 8VSB 재송신’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시청자는 극소수다.

강구이야기는 ‘세계 최초 지상파 3D 드라마’라는 꼬리표 이외에 2012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듀얼스트림’ 방식으로 송출됐다. 듀얼스트림은 한 개 채널에 2D·3D 영상을 동시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3DTV에서는 3D를, 일반 TV에서는 2D를 구현하는 장점이 있다. 정부와 가전사, 방송사가 4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등록했다.

가전사가 차세대 TV에 3D를 기본으로 갖추며 시청 기반을 넓히고 있지만 3D 방송 활성화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안경 착용에 따른 불편 등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 3D 방송을 하던 유료방송이 점차 사업을 접고 지상파 듀얼스트림 3D도 제자리를 걷는 이유다.

제작에 참여한 양사는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평했다. 첫 지상파 3D 드라마인 만큼 국내 시청자에게 3D 기술력과 콘텐츠를 소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하반기에도 듀얼스트림 기반 지상파 3D 드라마를 제작한다.

SBS 관계자도 “우리나라의 3D 콘텐츠 제작능력은 세계 최고”라며 “우리 손으로 만든 듀얼스트림 3D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와 가전사,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UHD TV 확산에 힘입어 3D의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