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세가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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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프트웨어(SW)산업의 문제를 SW 생태계 악순환 고리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판단에 동의를 하고 있는 듯하다.

SW 생태계 악순환 고리는 우수인력·시장·가치 인식 부족(용역·하도급 위주 시장구조)→기업수익 약화(제값 주기 미흡, 글로벌 진출 부족)→재투자 미흡(SW 기초융합기술 취약)→우수인력 기피(4D업종으로 인식)로 되풀이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많은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20년 가까이 한국 SW시장에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SW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첫째 방안은 발주자에게 무한 사용권만을 부여하는 것이다.

악순환 고리 출발점인 SW 용역·하도급 위주의 시장구조를 다른 말로 하면 수요자가 바라보는 SW는 ‘구매의 대상이 아니라 용역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라이선스를 구입하면 사용권만을 확보하는 것이고, 용역으로 개발을 시키면 소스코드·저작권·사용권·개작권 등 모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SW 수요자는 좋은 SW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용역·하도급 구조를 이용해 ‘갑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SW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SW 용역이 아닌 SW를 구입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이를 보다 강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라도 발주자에게 무한사용권만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방안은 SW 개발자와의 계약을 현재 맨먼스(한 달 단위 계약)에서 맨아워(시간 단위 계약)로 바꾸는 것이다.

악순환의 종류 중 우수인력 기피(4D업종으로 인식)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처럼 SW 개발자가 대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발주자에게 무한사용권을 부여하고 SW 개발자의 맨먼스 단위를 맨아워 단위로 변경한다면 적어도 야근과 주말 근무, 노동·하도급·용역원과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맨먼스 단위 계약은 SW 수요자에게 ‘SW 개발자의 한 달이라는 시간을 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종종 ‘한 달 동안 바쁘고, 필요하다면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왜곡돼왔다.

압축성장시대를 겪은 우리 사회에서 한 달 단위 계약은 노동·하도급·용역원이라는 느낌이 강한 측면도 있다. 반면에 시간 단위의 계약은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지식전문가’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SW 개발자의 처우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방안은 통계를 위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정책연구소에 기대하는 큰 역할 중 하나가 우리나라 SW산업의 정확한 통계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통계를 위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가장 급한 기준은 SW 매출과 IT 예산 기준이다. 기업이나 공공부문 모두 지금처럼 뭉뚱그려진 SW 매출이나 IT 예산이 아니라, SW 라이선스·SW 용역·컨설팅·기획·디자인 등과 같이 세분화해 정확한 방향으로 매출과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유수의 SW기업이 회계감사보고서 및 주식시장 보고서 등에서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SW 수요기관에서도 예산작업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SW 패키지를 지향하는 회사의 매출 대부분이 SW 용역이거나, SW산업을 진흥하겠다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IT 예산이 늘더라도 SW 용역이나 SM 용역 부분이 늘어났다면 바르지 않은 방향임에도 우리 기준으로는 판단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SW 매출과 IT 예산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각종 SW 진흥정책의 효과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으며, SW 선진국에 비해 이해하기 어렵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는 SW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i@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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