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제는 폐지해야 할 이중 규제 `셧다운제`

“규제 일변 정책으로 국내 게임산업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셧다운제 등 관련 규제를 주무부처 한 곳하고만 논의하게 해주십시오.”(강신철 전 네오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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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목적이 숭고합니다. 시행 후 청소년 게임 시간대가 저녁으로 당겨진 효과가 있습니다.”(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목적이 숭고해도 폐지해야 한다면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알아도 되겠습니까?”(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를 놓고 관계 부처 장관 사이에 뼈 있는 의견이 오고갔다. 셧다운제가 일정 효과를 거뒀다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에 문화부 장관이 ‘필요하면 폐지해야 한다’는 돌직구를 날렸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행 2년이 넘도록 뭇매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헌법재판소 간 셧다운제

지난 2011년 4월 20일 게임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법안은 같은 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재석의원 210명 중 찬성 117명, 반대 63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밤 12시부터 오전 6시에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게임을 하다가도 밤 12시가 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접속을 차단해 소위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다. 2006년부터 강제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차단하는 법 제정 움직임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결국 현실이 됐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게임 업계와 문화부가 반대했지만 셧다운제를 저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결국 여성가족부가 당초 주장한 만 19세를 16세로 낮추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2년 유예키로 하며 더 큰 불로 번지는 것을 임시로 차단했다.

해당 법안 당사자인 청소년은 크게 반발했다. 직접 피시를 챙겨들고 여성가족부 앞에서 밤새 게임을 하며 셧다운제 반대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문화연대와 한국게임산업협회(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각각 헌법재판소에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행 3년째에 접어든 올해 판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못하게 해도 변한 건 없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부는 2012년 7월 1일부터 ‘게임시간 선택제(선택적 셧다운제)’를 내놨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온라인게임에 가입할 때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가 양립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은 이중 규제를 받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 중이어서 자율적으로 게임시간을 정하는 의미는 반감했다.

업계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셧다운제 시행 후 40대 전후 여성의 하드코어 장르 온라인게임 가입 비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임사도 다수였다.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계정을 만드는 등 셧다운제를 피해가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실제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문화콘텐츠 산업계는 셧다운제가 청소년 기본권과 학부모 교육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규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한다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사교육과 입시위주 풍토가 수면권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중고생 12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중독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입시위주의 교육’과 ‘여가활동 부족’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며 “게임 문제를 논의할 때 너무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게임에 빠졌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대화 단절,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 왕따 등의 문제를 겪는 청소년이 현실 도피처로 게임을 이용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정부의 과잉 규제에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정부가 만화책을 불태우며 산업을 규제했던 과오를 게임산업에서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화콘텐츠산업계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23곳이 참여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박재동 교수)’는 이달 중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향후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시행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각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 원인을 게임에 돌리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부모의 무지와 공포, 청소년은 미완성 인격체이므로 통제해 교육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각이 더해져 게임 규제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기본적으로 게임 과몰입 문제는 가정에서 발생하므로 국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셧다운제의 효율성, 실효성 문제가 계속 지적돼왔고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돼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최근 정부의 규제 혁파 의지를 확인했기에 게임 산업의 대표적 이중규제인 셧다운제가 폐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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