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못 다한 이동통신 서른 살 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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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를 크게 벌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의미마저 잊어선 안 된다. 한국 이동통신 30년 역사다.

지난 29일은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출범한 날이다. 한 회사를 넘어 이동통신 산업계 전체가 축하받을 만한 날이다. 황무지에서 시작해 세계 통신기술 선도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쓸쓸한 생일이었다. 오너 공백에 통신망 장애 사고, 영업정지 악재가 겹친 SK텔레콤이 내부 행사로 조촐하게 치렀다. 공교롭게도 우리 이동통신업계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산업과 경제, 사회와 문화에 걸쳐 엄청나게 이바지를 했건만 욕만 실컷 얻어먹는다. 망 구축에 한 푼도 안 낸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카톡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 사실상 네트워크를 빼앗겼다. 삼성전자, 애플과 같은 일부 단말기 업체에 휘달린다.

이동통신 3사가 줄기차게 세계 최고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단말기, 핵심 부품 산업이 급성장했다. 이동통신 산업이 없었다면 우리 경제는 무역 적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이렇게 빨리 정보통신을 대중화한 나라도 없다. 30년 전 등장한 카폰은 자동차보다 비싸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선 구경조차 못했다. 지금 휴대폰 보급률은 110%다. 정보통신 대중화는 곧 ‘정보 민주화’다. 특정 계층과 소수가 독점한 정보를 이제 누구나 손쉽게 공유한다. 우리나라가 시대를 달리해 이룬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동통신은 동시에 달성했다.

칭찬받아 마땅한데 미움만 산다.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대지만 귀결은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주장이다. 가계 통신 지출(요금+단말기) 증가가 근거다. 그런데 실제 증가한 것은 단말기 지출이지 요금이 아니다. 요금 자체는 되레 감소 추세다. 가계 통신 지출 부담은 결국 사람들이 단말기를 너무 자주 바꾸고, 많이 쓰기에 커지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통신요금에 꽤 포함된 문화비 성격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통사 수익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콘텐츠 플랫폼 업체 득세로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지위까지 약해졌다. 세계적 현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세 이통사 모두 탈 통신, 해외 진출 등 새 탈출구를 찾는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30년은커녕 10년, 5년 미래도 장담하지 못할 지경이다.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아직 통신에 답이 있다.

통신망은 갈수록 고도화한다. 영화 한편을 1초에 내려 받는 5G 세상이 다가온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ICT 융합 산업이 등장한다. 제조부터 물류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계가 허물어진다. 국경도 사라진다. 그 한복판에 이통사가 계속 서 있다면 변신에 성공한 셈이 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새 ICT 융합 기술과 서비스를 주도해야 하는 이유다.

우군을 모아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 기술기업에 우군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국내외 ICT업체는 물론이고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분야 기술기업과 제휴해 융합 산업을 개척해야 한다. 전문 기술벤처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끌어들여야 한다. 생살까지 내줄 각오를 보여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통사들이 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업자들이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ICT융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중영합주의적 통신비 인하 압력과 각종 규제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외국 사업자보다 한발 앞서가야 한다. 네트워크 구축뿐만 아니라 새 융합 서비스 창출을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30년을 기약할 수 있다. 못 다한 생일잔치를 다시, 더 성대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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