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시초문의 글로벌 환경이다. G2의 패권 경쟁을 넘어 제국주의라는 표현까지 거론된다. 수출 규제와 관세 전쟁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AI), 인공지능 전환(AX), 피지컬 AI, 에이전틱 AI, 소버린 AI 데이터센터(DC) 등 신(新) 글로벌 미래산업 전쟁과 우주·항공·국방의 안보 전략 산업의 중심 역시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은 산업적·안보적으로 큰 자산이다. 현재 우리의 먹거리 대부분을 반도체가 지탱하고 있다. 미래 산업과 안보 전략에서의 반도체 위상을 고려하면 '핵 우산' 대신 '반도체 우산'이란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되는 기업이 TSMC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77조원, 영업이익 80조원에 달한다. TSMC 영업이익은 국내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72조원)마저 웃돌고 있다. TSMC의 독보적 경쟁력은 첫째,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순수 파운드리 전략, 둘째,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강력한 협력 생태계, 셋째, 수율로 대변되는 기술력이다.
TSMC의 경쟁력 세 축을 고려할 때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협력 생태계다. 국내 기업들은 TSMC처럼 순수 파운드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고, 파운드리 기술력 격차는 크지 않아서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 분업 체계(GVC)에서 지역화된 가치사슬(BVC), 나아가 국가 가치사슬(NVC)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대응 전략은 강력한 국내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취약 지점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후방 산업이다. 장비 20%, 소재·부품 50% 수준의 국산화율이 이를 보여준다. 2019년 일본의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처럼 위기 때만 주목받고 이후 잊히는 구조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요하지만 성과가 늦고, 성과가 나더라도 개인의 성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도 있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NVC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반도체 우산'이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살펴보면 손잡이만 남은 우산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1월 29일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도체 특별회계, 산업 기반 시설구축, 세액공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규제철폐 같은 사업화 장벽 제거 정책이 망라돼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 신설로 국가 컨트롤타워가 세워지고, 수출입통계에도 관심을 기울여 다행이다. 신설 위원회에 소부장 전문가가 참여해 칩메이커 위주의 관성에서 벗어나 소부장 의견도 반영되길 바란다. 기존 HS코드를 세분화한 핀셋 통계로 핵심 품목별 공급망 대책도 나와야 한다. 아울러 소부장 정책을 상시적으로 고민하고, 기존 국가 연구개발(R&D)과 비R&D 사업을 분석해 공백을 보완할 가칭 '반도체 소부장산업 연구원(진흥원)'과 같은 전담 컨트롤타워 설립도 필요하다.
반도체 특별법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반도체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 당시 15대 1의 경쟁률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치열할 전망이다.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는 만큼, 클러스터 평가 과정에서는 이미 기업들이 집적돼 투자와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 보다 무게를 두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정 이후 기반 조성과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하는 지역과는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된 이후에는 운영의 문제로 논의가 옮겨가야 한다. 각 클러스터에는 국가 반도체 전략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를 부여하고,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 전략을 위해 필요한 지원과 지역이 요구하는 지원은 다를 수 있다. 이미 사회간접자본(SOC)이 충분한 지역에 동일한 SOC 지원을 반복하기보다,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반도체산업에서 소재·부품 공급기지를 자임해온 경북 구미시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추진단장이 좁지만 오래도록 품어온 생각이다. 이번 반도체 특별법 통과가 광주(패키징)·구미(소재·부품)·부산(전력반도체)을 잇는 '남부 반도체 벨트'의 구상을 다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현권 경북·구미 첨단반도체 특화단지 추진단장·금오공대 재료공학부 교수 hklee@kumo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