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예고됐던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의사협회가 앞서 합의점을 찾으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피했다. 이번 휴진은 지난 10일 1차 휴진 때와 달리 24일부터 29일까지 예정돼 만일 그대로 진행됐다면 큰 피해를 야기했을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부의 원격진료 정책 및 병원 영리 자회사 반대, 건강보험제도 개선 등을 이유로 시작됐다. 이 중 원격진료 문제는 의사들이 ‘양심’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한 사안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격진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또 원격진료를 하게 되면 투자여력을 갖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이는 곧 동네의원의 몰락과 지역 의료공백을 유발해 허용해선 안 된다고 의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은 국민 사이에서 적잖은 지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의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이 국민건강을 담보로 했지만 환자를 걱정한 점이 설득력을 얻었다. 생소하고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는 원격진료의 불안감이 의사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진통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양측은 곧 시범사업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범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 여기서 나온 결론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어렵게 기회가 만들어진 만큼 원격진료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의사협회가 이번 시범사업을 원격진료의 반대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의협은 “원격진료를 저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을 원격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방편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필요한 건 의사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더해진 해법 찾기다. 의협이 ‘양심’까지 거론하며 반대했을 때 밝힌 그 이유처럼, 무엇이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가 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