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표준원이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의 플리커(깜박거림) 현상을 당분간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보급되는 LED조명은 건강을 위협할 만큼의 플리커 현상이 없는 데다 과도한 기준의 규제를 신설하면 자칫 우리 기업 수출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표준원은 LED조명 플리커 현상 규제에 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술표준원은 해외 규제사례·기준 연구를 바탕으로 플리커 분류기준을 만들어 전기용품안전인증 규격에 이를 포함시킬지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플리커는 교류(AC) 전원 LED조명에 공급되는 전압·전류 변화로 빛의 밝기가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광 민감성 발작이나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기술표준원은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미국·유럽 등과 LED조명 사용환경이 달라 플리커 현상 규제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는 보통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해 플리커 현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미국·유럽 등은 자기식 안정기를 적용해 발생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기술표준원은 또 해외 플리커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규제에 나서면 해외에서 이를 수출 장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관련 국제표준이 만들어져도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하면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우리 기업을 보호한다는 목표다.
해외 플리커 규제도 예상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당초 플리커 수준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인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던 미국 에너지스타는 제조사의 자발적인 플리커 수준 표시로 방침을 바꿨다. 일본도 플리커 수준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플리커 현상과 관련해 다양한 준비는 해놓지만 우리나라가 먼저 규제에 나서는 것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별도 가이드라인 배포 계획은 없지만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기업들이 자체 대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