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보일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크기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지금까지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였던 디스플레이 외형 경쟁도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차별화의 핵심 요소였던 디스플레이가 올해 들어 대부분 엇비슷한 수준에서 멈췄다.
삼성전자가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는 갤럭시S5는 5.1인치 풀HD(1920×1080)로 공개됐으며, 애플 역시 아이폰6에 비슷한 크기인 4.7인치 풀HD 패널을 적용하기로 했다. 인치당 픽셀 수(ppi)는 각각 469와 432로 유사한 수준이다. 차이점이라면 갤럭시S5에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이폰6에는 LCD가 사용된다는 점 정도다. 갤럭시S5용 AM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6 LCD는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샤프가 각각 공급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외형이든 글씨 처리든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 외에도 대다수 스마트폰이 5인치 안팎 크기와 풀HD 패널로 표준화되는 추세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계로선 차별화로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전히 해상도 경쟁을 벌이고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S5 프리미엄용으로 QHD(2560×1440) 패널을 준비 중이고, LG전자의 G3 역시 QHD 패널을 장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일부 스마트폰에서도 초고화질(UHD) 패널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풀HD 패널이 등장했을 때만큼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TV 등 대면적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나마 수요를 창출해왔던 스마트폰 시장마저 시들해지자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도 큰 고민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한국·일본 업체들이 해상도를 중심으로 선두 경쟁을 펼쳐왔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뒤를 쫓는 모양새였으나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QHD에 이어 UHD 개발 경쟁까지 벌이고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반응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실패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여전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요구가 쏟아지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사장과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은 최근 “당장 웨어러블 디바이스보다는 스마트폰 업체들로부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폰 차별화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화질 경쟁이 아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혁신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폼 팩터에 대한 요구가 크다”며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아직은 중국 등 후발 주자들과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반드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