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 힘들게 개발한 국방 소프트웨어(SW)가 물거품이 됐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비용도 한순간에 날아갔다. 외산 무기SW 대체니 국산화 성공 등 각종 용어를 떠올리며 부풀었던 기대는 김빠진 풍선이 됐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개발 업체는 희망에 들떠있었다. 당시 미래부와 방사청은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국방SW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담당 공무원은 국산화로 외산 무기체계 SW에 들어가는 고가 라이선스와 로열티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거창한 기대도 내놨다. 당시 방사청 관계자는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군은 미래부가 실시한 테스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군 자체적으로도 정식 테스트조차 하지 않았다.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군 적용 여부는 먼 미래가 됐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별도 과제를 연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군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군이 해당부처 테스트를 인정 못해 못쓴다는 제품은 제쳐두고 새로 개발하는 SW를 군에 적용해보겠다는 것이다.
밤을 새우며 2년간 개발해온 업체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세계적인 SW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개발된 제품이 군한테 외면당한 처지이다보니 수출은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혈세까지 투입돼 우수한 성능을 갖춘 국산화 SW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탓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내몰렸을까. 절차가 문제였다. 애초부터 군의 정식 테스트를 거쳤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앞으로 개발될 또 다른 국방SW도 군 테스트를 받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이를 해결해야 한다. 미래부와 방사청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군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외산 SW 종속이 심각한 우리 군 무기체계를 국산화해야 진정한 자주 국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만들어놓고도 내장된 SW가 외산이라 수출길이 막히는 일도 되풀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해 부처 간 문턱도 없애고 경직된 군 문화도 풀어내야 한다.
국산 제품이 군의 성능 검사를 직접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해법은 간단하다. 군 내부에 국방SW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공인된 검증센터를 세우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기반부터 바꿔야 한다. 탱크나 전투기 같은 무기를 설계할 때부터 핵심SW는 국산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고 시범 적용 체계도 제도화하는 것이다.
제도와 기반을 만들었다면 기존 방사청 뿐만 아니라 군과 합참 등이 반드시 공동 참여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국방SW 국산화 길이 열린다.
북한은 미사일을 수시로 쏴대고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언제든지 무력으로 주변국을 강압할 태세다. 국방SW의 국산화는 군사력의 요체다. 이제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라도 나서야 할 때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