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준비돼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고, 기회를 잡는다 해도 승리까지 도달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승리를 행운이라 말하지만 그 행운의 티켓은 준비된 자에게만 제공되는 ‘올림픽 출전권’ 같은 것이다.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 제정 후 꾸준히 성장했다. 당시 620억달러 수준이었던 수출 규모는 지난해 2631억달러로 늘었다. 흑자는 36배 증가해 올해 1000억달러 돌파가 점쳐진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은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기술을 보유한 독일 노발레드를 인수했다. 효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TAC(Triacetyl Cellulose) 필름 국내 생산에 성공했다. 소재부품 4강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움닫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새끼 새의 비행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러할까. 비행을 서두르는 행보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기초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반짝 비행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 소재부품 강국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혁신적인 기술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있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많은 기업들이 혁신과 창의를 외쳐대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 크기와 무관하게 신사업 보직은 임원의 무덤으로 불린다. 신사업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임원들이 기피한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기업 문화가 신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안에서 눈치 보고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납작하게 끼여 있다. 일본이 소재부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면 중국은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신참이다.
일본은 최근 우리나라를 향해 폭력적인 망언을 일삼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은 “일본이 한국 기업이나 경제에 지원·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반박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 스마트폰·반도체·TV 등의 핵심 소재인 특수 필름, 감광액(Photoresist) 등을 거의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 미국과 유럽에 육박하는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중 기술 격차는 지속적으로 좁혀지는 상황이다.
일련의 분위기가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침착하게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쌓아야 한다.
소재부품의 밑바탕이 되는 첨단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 듀폰은 고가의 아웃도어 의류·신발에 사용되는 ‘고어텍스’를 개발하는 데 14년에 걸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우리도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정부와 민간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시장선도형 소재부품 R&D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유망 200대 소재부품 기술개발 과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큰 방향을 제시하면 민간에서는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해 장기적인 목표 아래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은 골목대장 행세를 그만하고 동생 같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맏형 같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몸에 배어 있던 팀워크 때문이었다. 우리 소재부품 산업이 안정된 기량과 멋진 팀플레이로 4강에 안착하기를 염원한다.
박종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력산업기술본부장 jmpark@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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