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회 미방위, 이대로 안된다…방송 분리 대안 부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단 한건의 법률(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에 앞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법률(안)에 손도 못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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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기국회에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도 당리당략에 매몰돼 파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미방위는 법률(안)을 4월 임시국회로 이월,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만큼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자칫 상반기 내내 미방위가 ‘불량 상임위’, ‘비상식 상임위’, ‘일하지 않고 노는 정쟁 상임위’의 극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미방위 법률안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선봉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행보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뿐만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생태계에 미치는 타격도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미방위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미방위의 ‘무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방위가 출범 이후 가결한 법률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ICT 특별법’을 처리할 당시에도 상임위 차원의 합의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수석대표 간 협상에 의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미방위는 파행만을 거듭했다.

미방위는 방송통신, 과학기술, 원자력 등을 소관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송’에만 매몰돼 공전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야의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2월 임시국회에선 방송사의 노사 동수(同數)편성위원회 구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했다.

미방위가 ‘방송’을 볼모로 파행을 거듭하는 동안 민생 현안과 창조경제 관련 법률(안)은 방치가 지속되고 있다.

미방위의 이같은 행보는 ‘방송’을 유력한 정치 선전 수단으로 여기는 사고가 여전하고, 향후 정치 구도에서 ‘방송’을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판단이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미방위가 ‘방송’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을 지속할 경우,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법률(안)을 처리하지 않는 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방위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ICT와 과학기술 생태계는 “현재의 미방위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불신감과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와 역학관계를 감안할 때 의견을 개진하기 쉽지 않은 정부 부처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이 뿐만 아니라 미방위 소속 의원도 이같은 분위기를 간파한 듯 동조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구 의원, 새누리당)에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은 “미방위가 법률(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며 “미방위 참여를 굉장히 후회한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이날 미방위 정상화를 위해 ‘방송(방송통신위원회)’을 별도로 다루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한구 위원장에게 “제19대 국회 후반기에는 미래부와 방통위를 분리해,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방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름의 대안 제시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미방위에서 ‘방송’을 분리, 별도의 상임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상임위 소관 업무 조정이다. 이는 미방위가 ICT·과학기술·방송 등 관련 법률(안)을 모두 다루지만 여야가 ‘방송’에만 집중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대립하는 ‘방송’은 사실상 ‘보도 혹은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당장의 지방선거와 이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지형의 고도화에 따라 여야의 ‘보도 혹은 미디어’에 대한 집중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방위 파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즉, 공기(公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룰 별도의 상임위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방위를 종전처럼 유지하되, 법안심사소위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대안론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국회 상임위 소관 업무 중 특정 영역을 분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차선책으로 거론된다.

방송 부문을 다루는 법안소위와 방송을 제외한 ICT·과학기술을 다루는 법안소위 등으로 구분하자는 게 핵심이다.

법안소위를 2개로 분리함으로써 여야가 대립하는 ‘방송’은 별도로 심사하고, 다른 소위에서는 ICT와 과학기술을 심사하는 것이다.

‘방송’을 볼모로 하는 미방위의 전횡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ICT와 과학기술 관련 법률(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외에도 방송을 전담하는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는 여야가 합의만 하면 당장 구체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설치·운영한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국정원 개혁특위의 성공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특정 사안을 다룰 특위를 한시적으로 운영했고, 입법권을 부여한 모델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문이다.

‘방송’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방송만을 전담할 특위는 입법권 부여는 물론이고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각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총론은 ‘방송’을 민생과 창조경제의 볼모로 활용하는 미방위 행태에 대한 여론의 경고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미방위가 고유의 업무인 입법권을 볼모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킬 뿐 더 이상 ICT·과학기술 생태계 발전과 국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

미방위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전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미방위 안팎에선 본질적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정치적 이슈와 무관한 ICT·과학기술 관련 법률(안)을 방치하는 현실은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기 불가능하다.

미방위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미방위가 변화를 거부할 경우, 미방위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회, 그리고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로 비화될 게 자명하다.


국회 미방위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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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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