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데스크가 내년부터 적용할 제품 업그레이드 정책을 크게 변경하면서 고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존에는 최신 버전을 사용하려면 업그레이드 비용을 한번만 내면 가능했지만 새로 바뀌는 정책은 매년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해야지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그레이드할 때만 비용을 내고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고객들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게 됐다. 오토데스크는 이번 정책 변경으로 업그레이드 유무와 상관없이 매년 고객으로부터 고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토데스크는 최근 국내 고객들에게 업그레이드 관련 정책 변경 내용을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 공문에서 오토데스크는 내년 2월부터 오토데스크의 업그레이드 가격 모델이 간편화된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정책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고객들이 미리 예산을 세울 수 있도록 사전에 공지하는 것이라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책 변경의 핵심은 최신 버전을 제외한 제품에 대한 업그레이드 구매 옵션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고객들은 제품 구매 뒤 최신 버전이 나올 경우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만 지급하면 이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010 버전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다가 신규 버전을 이용하려면 일부 업그레이드 비용만 지불하면 가능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은 오토데스크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계약을 체결해야지만 버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서브스크립션은 제품 업그레이드 및 기술지원 등을 포함하는 유지보수서비스로, 매년 한 카피당 70만원 수준의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서브스크립션에 가입하지 않고 신규 버전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엔 500만원 상당의 신규 제품을 다시 새로 구입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100만원대로 일정하게 유지돼 오던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이 최근 2년 새 400만원대로 상승했다. 업그레이드 비용을 대폭 높여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아예 업그레이드 구매 옵션 자체도 없어진다.
업계는 이 같은 오토데스크의 업그레이드 정책 변경이 서브스크립션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한 고객사 관계자는 “예전엔 서브스크립션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었는데, 바뀐 정책에선 사실상 필수사항이 됐다”며 “매년 비용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토데스크 측은 이번 정책 변경이 고객들의 요구와 구매 형태 추세에 맞춰 변경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토데스크측 관계자는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브스크립션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며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기술지원,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토데스크는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오토캐드 2015’ 버전에서 윈도XP 운용체계(OS)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해 고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윈도XP가 MS의 기술지원 종료로 해킹 등의 보안 위험이 높아지지만 이 또한 결국 선택은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많은 오토캐드 사용자가 윈도XP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며 “윈도XP가 설치돼 있는 ‘구형’ PC에서 최신 버전의 캐드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일방적으로 지원을 종료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