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미디어 공명 읽기] <8> 3D 프린팅

3D 프린팅은 우리 생각보다 이른 1984년 찰스 헐이 광조형법(stereolithography)이라는 기술을 특허 등록하며 시작됐다. 그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3D 프린팅 기술은 건축, 산업디자인, 자동차, 토목, 항공 등 공학 분야는 물론 군사, 의료, 바이오테크나 패션, 신발, 귀금속, 안경, 교육, GIS, 식품,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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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다를 만들어내는 3D 프린터

3D 프린팅 기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를 활용해 만들고자 하는 형태를 얇은 슬라이스의 켜로 모델링한 후 프린터가 물체를 구성하는 소재를 쏘아 한 켜씩 쌓아가는 것이다. 모델을 담은 파일은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3D 프린터가 있는 어디서든 동일한 물체를 제작할 수 있다. 아직은 제작 속도와 소재의 한계가 있지만 최근 발전 추이를 보면 그런 한계의 해결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프린트로 만들어낼 수 있다.

3D 프린팅은 제조 기법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제작 기법이 주어진 소재 덩어리를 깎아서 만드는 절삭(subtractive) 방식이라면, 3D 프린팅 기법은 소재를 쌓아서 만드는 첨가(additive) 방식이다.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프로토타입은 물론 본 제품 자체를 빠르게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모델링 파일을 보내면 가정과 같이 물건이 필요한 현지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류, 유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미디어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3D 프린팅은 입체에의 욕망을 구현하고자 하는 또 다른 접근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트롱페 뢰유(trompe I`oeil)와 같은 입체화나 양안시차를 이용한 입체경을, 그리고 최근에는 ‘아바타’나 ‘겨울왕국’과 같은 3D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기법으로 만들어진 표상을 3D처럼 보이는 환각일지언정 3D 자체는 아니다.

3D 프린팅의 핵심은 알고리즘이라는 정보를 물질로 전환하는 데 있다. ‘정보의 물질화’는 ‘탈가상화’다. 추상적인 문자와 숫자로 구성되는 알고리즘을 통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3D 형태를 원하는 소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알고리즘으로 3D 자체를 만드는 것은 3D 프린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종이접기도 알고리즘으로 3D를 만든다. 유튜브에 종이접기의 일본어인 ‘origami’란 말에 상상하는 물체의 단어를 결합해 검색해 보라. 배나 비행기와 같이 흔히 생각하는 2D 종이접기가 아닌 입체적인 종이접기를 안내하는 수많은 동영상이 검색된다.

종이접기는 최종 완성품에 이르는 세세한 과정을 사전에 단계별로 구상해야 하는 일종의 알고리즘이자 프로그래밍의 구현이다. 길게는 한 시간씩 걸리는 이런 과정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딩하면 수백 줄이 될 것이다. 알고리즘을 글로 쓰지 않고 머리로 구상하는 사람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종이접기의 경이로움은 동영상을 보고 왜 이렇게 접는지 이해도 못하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감춰져 있던 모나드가 입체적인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놀라움은 모든 종이접기가 정사각형 종이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블록들의 모음인 서구의 레고보다 뛰어나다. 또한 절대로 가위로 자르거나 풀로 붙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조의 두 가지 양식인 절삭과 첨가를 뛰어넘는다. 알고리즘을 통한 3D 구현. 이는 종이접기와 3D 프린팅이 공명하는 원리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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