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유독 IT업계 최고 경영자로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분야가 학력과 성별 차이에 따른 진입 장벽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력을 쌓으면 여성에게도 많은 기회가 보장되는 곳, 바로 IT 분야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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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진정한 전산학쟁이가 되기 위해서’란 가정을 세워봅시다. 바로 ‘실력’을 쌓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학부 시절에 해야 할 일, 바로 ‘실력을 위한 기본기를 탄탄히 쌓는’ 일이예요. IT 관련 학부에서는 다양한 기본 과목을 가르치죠. 컴퓨터 작동 원리에서 시작해 기본이 되는 물리나 전자기학을 배우기도 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모델링 하는 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법도 배우죠.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한 문제 해결 기법을 배우기도 해요. 이런 기본 지식은 나중에 문제를 풀어야 할 때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뼘 더 깊이 들어간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취업을 위한 영어 공부와 스펙 관리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이 꿈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면 기본기를 익히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해요.
두려움을 떨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학생은 프로그래밍에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죠. 물론 저도 그렇구요. 여성의 특징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소통하는 것인데, 이 컴퓨터란 녀석은 아무런 말도 없거든요. 조그만 실수와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그냥 멈춰버리거나 전혀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하죠. 그래서 여학생은 컴퓨터를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여러분이 IT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직접 프로그램을 해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해요. 대화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상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죠. 그런데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말도 안통하면 더 어렵겠죠. 우선 언어를 잘 습득해야해요. 컴퓨터가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니까요. 그 다음엔 어린 아이 달래듯이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엉뚱한 소리를 하면 “여기가 틀렸니?” 하고 물어봐야죠. 어디까지 잘 되었고 어디부터 어긋났는지 그 포인트를 찾아서 중간 중간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나면 컴퓨터란 아이가 좋아지게 되고, 그 다음엔 대가들이 하는 정말 예술처럼 멋진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질 겁니다.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사람 대신 복잡하고 지루한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우리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까’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해요. 사람에 대한 관심은 곧,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죠. 폭넓은 독서와 시사 탐구는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너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선택의 폭을 좁혀 놓으면,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조그만 실수나 오차도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일지 몰라도 대학 시절에 습득한 기본 지식과 소양은 여러분이 우리 분야의 리더가 될 때 큰 힘이 되어 줄 거예요. 글을 쓰고 나니, 정말 누구나 다 아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조금 부끄럽네요. 그리고 어떤 부분은 저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여러분께 더욱 권하고 싶어요. 저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 꿈나무들이니까요. 여러분 가운데 세계를 깜작 놀라게 할 인재가 나오기를 기원하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From.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첨단정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