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물리학의 융합 "좀 더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

“사람 얼굴이 더러워졌을 때 스스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때 거울이 필요하죠. 같은 상이 거울을 통해 대칭을 이룹니다. 한쪽만 보면 다른 쪽은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현상도 좀 더 큰 관점으로 보면 같을 수 있습니다. 수학의 거울대칭 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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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식 고등과학연구원(KIAS) 수학부 교수는 13일 서울 KIAS 세미나실에서 언론과 만나 `거울 대칭 이론`에 대해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라고 정의했다. 물리학에서 처음 발견된 `거울대칭 이론`은 김 교수를 비롯한 수학자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김 교수는 “서로 다르다고 인식했던 현상들이 거울대칭 이론에 따라 동일한 현상임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초끈 이론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생각하는 `끈`이 충돌하며 이동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이 이동을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다른 물질과 충돌해 두 갈래로 나눠질 수 있는데 이때 그 현상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거울대칭 이론을 적용한 결과 서로 두 현상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초끈뿐만 아니라 세상에 많은 물질과 현상이 서로 대칭 관계에 있다. 물리학으로만 판단했다면, 혹은 수학으로만 판단했다면 거울대칭 이론은 발전하지 못했을 터다. 김 교수가 거울대칭 이론을 수학과 물리학의 융합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에 처음 거울대칭이론이란 개념이 들어왔습니다. 물리학자가 수학자에 검증을 요청하는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가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학문이 더욱 풍부하고 깊어졌습니다. 한쪽에서 매몰돼 갇히는 것보다 연결된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거울대칭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교수는 거울대칭 이론 연구 성과로 `2014년 포스코청암상(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념하고 포스코 창립이념인 창의존중, 인재육성, 희생·봉사 정신 등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2006년 제정된 상이다.

김 교수는 거울대칭 이론의 독창적인 개념을 창안해 많은 미해결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오는 8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2014 세계수학자 대회` 초청강사로 선정된 그는 최근 발견한 거울대칭 이론의 새로운 현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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