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 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주창했다. 대기업 주도의 성장 중심 추격형 전략 대신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과학·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고 융합하는 것으로 고용, 창업, 소프트파워, 균형성장 추구에 중점을 뒀다.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자 경제성장 모델로 제안됐다고 생각된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지난 40여년간 우리 경제의 압축 성장을 주도한 추격형 경제개발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계속된 성장 위주 정책이 경제·사회적 양극화 심화를 초래했다. 국내 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높은 체감 실업률, 청년 실업률 속에 나타난 노동환경 변화는 저출산이라는 사회 현상과도 맞물렸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만성적인 저성장 등 악순환 구조가 전개됐다. 모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가가치 창출 요소를 노동·자본 위주 산업경제가 아닌 지식·정보 중심의 혁신적 과학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 융합에서 찾는 창조경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창조경제는 기술혁신, 지식재산권, 표준화 3개의 기반 위에 올라있는 시스템이다. 이전의 생산경제와는 달리 인터넷을 통한 연결 확산, 기술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개방형 개발 생태계 형성, 개발·생산·판매 비용 절감에 의한 진입장벽 완화라는 특징이 있다. 노동·자본 투입 대신 아이디어·창의성 같은 인적 자본이 성장의 주요 원천이 된다.
기업 단위가 아닌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 간에 개방적, 수평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기업 간 협력이 확대돼 수익 창출을 위한 지식재산권도 한층 중요해진다. 창조경제는 플랫폼, 수평적 네트워크, 모든 구성요소 간 상호 교류 등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이는 넓은 의미의 표준을 의미한다.
과거 산업경제에서는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토지, 노동력, 자본 등 실물 자본 중심이었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기술혁신, 지식재산권, 표준화 같은 창의력에 바탕을 둔 무형자산이 부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부상한다. 기업가치 평가에서도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는 70~85% 무형자산의 가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이러한 사회·경제 변화에 주목하고 무형자산 가치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정부도 창조경제의 R&D 전략 목표를 혁신기술 상용화율, 국제표준 및 표준특허 보유율, 소프트웨어 기반 확립 등 무형자산 가치창출과 제고에 맞춰야 한다. 새로운 창조경제 활동에 반하는 기존의 법·사회·행정적 환경은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국부의 미래를 좌우할 창조경제의 핵인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기술표준원을 국가 표준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 확대 개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해외 경쟁국을 살펴보면 미국은 민간기관과 연방 정부로 나뉜 이원적 표준 대응체제로는 민관이 일체화된 EU에 대응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 민관 협조체제인 국립표준기술원으로 단일화했다. EU·일본·중국 또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표준화정책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우리도 정부 주도의 강력한 표준화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 국가기술표준원을 `국가표준청`으로 확대하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강력하고 일관된 정부의 표준화 정책만이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백영남 표준학회장 ynpaik@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