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정보화 사업 개선을 천명한 지 1년이 됐지만 중소 정보기술(IT) 업체는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연초가 돼야 당해연도 유지보수 사업을 발주하는 관행이 여전해 적지 않은 중견 IT서비스 기업과 하청 IT 기업이 1분기 동안 `손가락만 빠는` 처지에 놓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정보화 유지보수 사업 발주가 여전히 1~3월에 쏠리고 있다. 관련 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중견 IT서비스 및 하청 IT기업들은 계약이 이뤄지는 2~4월까지 수입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공공정보화 유지보수 사업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뤄진다. 1월부터 사업이 본격 시작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발주와 계약이 전년도 말에는 성사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 부처, 공공기관 대부분은 1~3월이 돼야 발주에 나서고 있다. 전년도 유지보수 사업을 담당했던 기업은 관련 작업을 중단하거나 수입 없이 연초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나중에 대가를 소급 받는다. 새롭게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발주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하청 IT기업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과거 대기업이 주사업자로 유지보수를 수행했을 때에는 당분간 업무 공백이 생겨도 상황에 따라 하청 IT기업에 미리 대가를 지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비교적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이 사업을 이끌면서 하청 IT기업은 미리 대가를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3개월간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 경영 자체가 어려운 하청 IT기업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들 기업은 특성상 최소한의 상시 기술·관리 인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세부 사업 예산 배정 시기,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등으로 인한 사업 책임 전가 문제 등으로 발주가 늦게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는 업계 사정을 감안해 발주를 앞당기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연초 발주에 나선다는 평가다. 중소규모 IT서비스·IT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발주를 늦추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관행을 개선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대다수 사업은 여전히 문제가 심각하다”며 “중소기업을 돕자고 추진한 SW산업진흥법 개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관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