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박스 시행국가로 이동하는 특허 급증

기업이 특허박스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로 특허를 옮기는 현상이 뚜렷하다. 광개토연구소에 따르면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 특허박스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에 양도되는 특허가 시행 전후 급증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페인은 지난 2008년 특허박스 제도를 시행했다. 미국 특허를 기준으로 주소지나 특허 보유 법인을 벨기에로 바꾼 양도 특허는 특허박스 시행 직전인 2007년 181건으로 뛰어올랐다. 2004년(9건), 2005년(32건), 2006년(44건)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허박스 시행 이후에도 꾸준히 100여건의 특허 양도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도 특허박스를 시행하기 전(2001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평균 159건 수준으로 특허 양도 기록이 있었지만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특허 양도 수는 평균 54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특허박스 제도를 시행 중인 영국은 해외 투자유치 효과도 보고 있다. 특허박스 법안을 시행하기 전부터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제조시설 신·증설에 5억파운드 투자를 발표했다. 신규 고용창출 효과는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특허와 지식재산(IP)권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한 법인세율을 10%로 인하하는 특허박스 제도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다른 선진국도 특허박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특허에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해 일반법인세율 35%에서 특허박스 적용 세율 10%를 적용하는 법안을 하원에 상정했다. 일본도 영국과 프랑스 등 특허박스를 시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특허박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나라도 있다. 독일은 특허박스를 `정부판 조세회피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독일 재무장관은 “특허박스 제도는 유럽 정신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해외 투자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등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허박스 시행국가의 연도별 특허 양도 수

특허박스 시행국가로 이동하는 특허 급증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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