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피크 억제 역할을 하는 가스히트펌프(GHP 가스냉난방기기) 시장을 일본산 제품이 장악했다. 지난해보다 두 배 성장이 예상되는 올해도 엔저에 힘입은 일본산의 공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3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GHP 1510대 중 1151대를 일본산 제품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얀마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삼천리ES가 588대, 실내기는 국산화했지만 실외기는 일본 아이신 제품을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552대를 설치했으며 이외에 산요 제품이 7대, 미쓰비시 제품 4대가 설치됐다. 실내·외기 모두 국산화에 성공한 LG전자는 359대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GHP 시장을 일본산이 장악함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추경예산을 포함한 총 103억원을 지원한 가스냉난방기기 보급 장려금이 대부분 일본 제품 보급사로 흘러 들어갔다.
GHP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전력수급 불안 여파로 성장하는 추세다. 정부는 의무적용대상 건물을 확대하고 조달물량에 GHP를 등록시키는 등 보급 확대에 나섰다. 올해는 정부가 민간부문까지 가스냉방 의무설치 확대를 추진, 시장이 지난해보다 2~3배 성장한 5000대 내외가 될 것으로 가스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 GHP 시장은 일본 얀마제품을 사용하는 삼천리ES와 삼성전자, LG전자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얀마 제품으로 국내 GHP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천리ES는 최근 GHP 신제품을 연이어 국내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스업계는 올해도 엔저에 따른 일본산 제품 공세가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조달청에서 GHP 입찰을 국산 제품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다수공급자계약방식(MAS)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스냉방 보급 장려금은 보급 확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산과 외산을 구분하지 않겠지만 세금으로 장려금이 지원되는 만큼 내수산업 활성화와 국산제품 수출 등에 기여하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