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음악저작권을 선택해 맡길 수 있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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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참 여러 가지 음악을 해왔다. 우리 음악 작사·작곡과 노래를 거쳐 광고음악까지. 여전히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해 고민하고 공상하는 음악인이기도 하지만, 지나온 인생만큼 이제는 음악계를 위해, 또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말 신규 음악저작권 신탁단체가 설립될 예정이고 향후에는 두 단체가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저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료 내역과 기존 단체의 문제점을 놓고 불평하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도 벌써 국회나 정부에서 수차례 음악인들에게 이 상황을 타개하도록 도와줄 테니 어떤 방안이 좋겠냐고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인들의 천성은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무언가를 바꾸어 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중구난방 뜻을 합치시키지 못하고 불만만 토해내던 음악인들을 대신해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준 셈이다. 복수단체만이 지금까지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인지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도 내 생각을 말하라면 복수단체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고 만인에게 두루 좋기만 하다면 진즉에 실행을 안했을 리 없다. 더러 한쪽 감정에 치우쳐 비방을 일삼는 의견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따져가면서 자기 나름의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한 젊은 음악인들을 보고 내 권익을 찾는 일에 소홀했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복수단체 반대 의견은 대략 이렇다. 애초에 음악저작권 신탁 단체가 한 군데만 만들어진 이유는 관리의 편의성과 비용절감에 있다는 것이다. 단체가 둘이 되면 교통정리가 어려워지고 어떤 곡을 하나 사용하고 싶어도 어느 단체가 관리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관할권을 다투는 일이 잦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니 이들의 결론은 기존 음악저작권협회 하나로 유지하면서 잘 운영해 나가도록 개혁을 하자는 데 모인다.

하나의 단체가 잘만 운영된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겠나. 무슨 불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체 복수단체를 찬성하는 쪽은 왜 굳이 여러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두 개의 신탁관리 단체를 찬성하는가 말이다.

복수단체 체제를 구축하려는 기본 취지는 `경쟁 유도`다. 복수단체 체제는 음악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챙겨주는 단체를 선택해 권리를 신탁하는 시스템이다. 한 단체가 비능률적으로 운영된다면 자연스럽게 음악저작권자들이 다른 신탁단체로 떠나게 돼 결국은 스스로에 해가 되돌아갈 것이다.

이에 비해 단일 단체의 내부적 개혁은 필연적으로 단체장의 인성, 정치력, 도덕성 등에 의존해야 하는 맹점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시스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복수단체 쪽이 현실적으로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제껏 단일 단체기 때문에 방만한 운영을 막기 힘들었던 면도 있지 않은가. 복수단체라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유지비용을 소모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열려 있다.

기존 단체를 개혁하자는 사람들의 이상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선택을 할 권리가 주어졌다. 그동안 음악저작권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신탁관리 정보도 투명한 공개가 기대된다. 이 시대를 살아온 음악인의 하나로서, 후배 음악인의 이익을 좀 더 잘 보장해줄 수 있는 조금 더 영속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것에 뿌듯함과 안도감을 느낀다.

김도향(가수) dohyang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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