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된 환통법의 명과 암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된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안(환통법)`이 지난해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을 이은 또 다른 환경규제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환통법이 최신 환경기술을 반영할 수 있는 허가 및 규제 체계를 갖춰 제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망을 하는 것과 달리, 산업계는 환경 규제 부분이 대단위 변화와 시설 기준 등이 바뀌면서 추가 투자비 등 경영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제도의 효율화와 규제 강화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환통법은 정부와 산업계간 환경규제 갈등의 제2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규제 큰 틀의 변화, 기대 반 우려 반
이번 환통법의 주요 골자는 분산·중복된 인허가 통합관리와 환경신기술의 제도 반영이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환경오염시설에 대한 허가와 관리부문의 합리성과 과학성을 높여 산업 현실을 감안한 규제관리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법률안 시행에 따른 효과 중 하나로 산업계 경쟁력 강화를 예상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신기술을 이용한 환경시설에 대해 인허가의 문을 열어주고 각종 허가를 통합해 간소화하는만큼 기업들의 시설운영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존 환경규제와 중복, 고비용·저효율 구조 극복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환통법은 산업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환통법이 입법예고부터 견제를 받는 이유는 법률안 시행에 따른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환통법은 대기환경보전법, 소음·진동관리법 등 대기, 수질, 소음, 폐기물 등으로 분류된 6개 환경관련 개별법의 9개 인허가를 통합하는 제도다. 사실상 환통법 대상이 되는 사업장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인허가와 시설감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업종별로 설비운영 기술 규격서인 최상가용기법 기준서를 마련해 기업들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배출물질이 관리대상으로 추가될 수 있다.
큰 틀에서의 환경제도 변화가 예고되다 보니 환통법에 대한 산업계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법률안을 추진 중인 환경부 역시 산업계의 불안을 감안해 몇 가지 제도 완충장치를 계획하고 있다. 발전, 석유화학 등 환경오염 발생량이 큰 업종 20개를 대상으로 우선 도입하는 것도 광범위한 제도 개편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다. 대상 사업장에 대한 제도 시행도 연차별로 확대하고 기존 사업장에는 4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업종별 적정 환경기술과 설비를 결정하는 최상가용기법 기준서는 산업계가 참여하는 기술작업반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 기술을 사용하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환경부는 환통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규제에 기술을 맞추던 것을, 기술에 따라 기준을 유연성 있게 설계하는 선진형 규제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화는 곧 투자` 환통법 기업부담은 불가피한 선택
산업계는 환통법 시행으로 사업장 운영 부문에서 설비 교체 및 유지보수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환경 신기술의 제도 반영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 효율성과 제도 합리성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제도 변화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업종별 기준서 작성의 근거가 되는 최상가용기법 도입이다. 발전이나 석유화학업종에서 최상가용기법 기준서가 마련되면 기업들은 해당 기준서에 있는 기술과 설비 및 장비, 물질 등을 사용해야 한다.
업종별 기준서의 기술 수준에 따라 기업들의 환경설비 추가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최상가용기법을 경제성을 담보하면서도 환경성이 우수한 환경기술 및 운영기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 부분을 강조하면서 산업계가 우려하는 일부 대기업들만 확보한 고도기술이나 고비용기술 적용에 대한 우려를 줄이려 하고 있다.
산업계는 최상가용기법에 경제성이 검토된다 하더라도 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통법 취지 자체가 신규 환경기술의 제도 도입인 만큼 기존과는 다른 방법의 설비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최상가용기법 작성을 위한 사업장도 노후설비보다는 새로운 설비를 기초로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5년에서 8년마다 주기적으로 허가 재검토를 통해 시설 적정운영을 확인하는 것도 부담이다. 2016년부터 관련 법령 시행 예정인 발전업계는 허가 재검토시 추가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전업계는 이미 2013년부터 환통법 시행을 위한 기술현황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관리 매뉴얼 작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발전업계는 발전소 설비의 수명과 최상가용기법의 주기적 검토 사이의 수익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발전소 설계수명 30년을 보았을 때 수명을 5년 정도 앞둔 상황에선 최상가용기법 적용 여부가 고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소 특성상 노후설비일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만큼 설계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시설에 설비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차라리 설비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업장의 환경설비가 최상가용기법 기준을 만족하지는 않는 만큼 제도의 변화는 산업계에 추가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주기적으로 최상가용기법에 따라 설비를 대응하는 것은 곧 경영비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논의창구로 규제 효율화 취지 살려야
환통법 입법예고로 산업계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단점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허가와 신고를 통합하는 법령인 만큼 산업시설에 대한 허가와 관리 부문에서 기업의 편의가 늘고 단속도 일회성 적발에서 배출기준 통계치로 전환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무엇보다 신규 시설에 신기술을 적용하기가 유용해 진다. 지금까지는 사업장 허가신청서를 받을 때 새로운 환경기술을 도입하려면 담당공무원의 책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때문에 신기술, 신공법은 허가를 받기 어려웠지만, 환통법 체제에서는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진다.
환통법 논란은 지난해 화평법, 화관법과 마찬가지로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확대와 경제성장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화평법과 화관법이 과다규제 논란을 일으켰던 터라 환통법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가 많이 섞여있다.
환경부는 환통법을 환경규제의 효율화로 표현한다. 규제의 강화 혹은 완화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재 세계 환경규제의 추세와 우리나라의 산업현황을 반영한 현실적인 규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실제 규제의 강화와 완화는 산업계의 참여 정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나마 산업계가 환통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사업자 환경설비 교체를 가늠할 최상가용기법은 위원회 및 기술작업반 구성을 통해 이루어지고 여기에 산업계, 업종 협회, 주요 사업장, 기술사 등이 참여할 수 있다.
환경부는 환통법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포럼 및 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계 쪽에서는 환통법 시행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 우려로 논의참여에 아직 적극적이지 않다”며 “규제의 강화와 완화가 아닌 산업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것인 만큼 기업들이 논의의 장으로 나와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얘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통법 시행에 따른 통합관리 법률 대상
자료: 환경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