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수능시험인가

맞다. 시험 방식 변경에 온나라가 난리법석을 떠는 것을 보니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삼성 새 채용제도 논란이다.

삼성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통과해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어 지난해 20만명 넘게 봤다. 사교육 시장까지 생겼다.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삼성이 응시자를 걸러 낼 새 장치를 고안했다. 서류전형 부활과 대학총학장 추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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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에게 유리하다. 특정 대학 출신을 능력과 상관없이 배려할 가능성이 커 기회균등과 어긋난다. 그래서 삼성도 19년 전에 폐지했다. 이를 되살리려다 보니 옛 폐해 재발이 걱정이다. 그럼 판단을 아예 대학에 맡기자. 이 발상이 대학총학장 추천제다. 서류전형 폐해를 상당부분 해소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삼성으로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차등 할당이 화근이었다. 사실 별 문제없다. 삼성은 입사자 내부 평가 결과, 인력 수요 등을 종합해 대학별 추천자 규모를 달리 했다. 이공계 출신이 많이 필요한 삼성이다. 이 분야 교육이 강하며, 입사자 평가도 좋게 나온 대학더러 더 많이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 서열화 조장 비난도 있었다. 왜 세간의 대학 서열과 다르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삼성은 오히려 이 서열주의를 깼다. 스카이(SKY)보다 입시 성적이 낮아도 더 좋게 평가받는 일부 대학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지역과 성 차별 논란도 생겼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삼성 임직원에 영남 지역 대학 출신이 많고, 여대 출신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대구·구미에서 시작한 삼성 업력과 남성 중심 채용 관행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입사자가 많으니 능력 검증도 더 많았다. 이를 일시적으로 반영한 결과를 놓고 의도적인 특정 지역과 성 차별로 보는 시각은 너무 나갔다. 특히 성차별 주장은 남녀공학 대학이 모두 남성만 추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한다. 툭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는 삼성이다. 차별이라는 바보짓을 감히 사서 할까.

기존 인사 데이터 적용도 문제가 됐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는 특정 대학 출신이 무조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만 가리킨다. 기업은 어떻게 하든 우수 인재를 뽑으려 한다. 판단할 만한 기초 데이터 활용이 무슨 잘못인가. 그것도 1차 서류전형 수단에만 쓰겠다는데 말이다.

채용 정책 결정은 기업 고유 권리다. 잘 뽑든, 말든 남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 책임은 온전히 해당 기업 몫이다. 언제든 경영실적에 반영된다. 사회적 평가는 덤이다. 책임지지 않을 사람들이 기업 채용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된다. 하더라도 시행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기업도 아닌 삼성이 새 채용제도를 내놓자마자 온 사회가 들끓었다.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절대적인 기업이라 그런가. 이 이유만으로 뭔가 부족하다.

혹시 교육기회 평등에 지나치게 민감한 우리 사회가 채용시험을 대입시와 동일시하는 것은 아닐까. 수능을 방불케 하는 SSAT 응시자와 사교육을 보면 닮았다. 인생 진로를 좌우하는 것도 비슷하다. 불황 탓에 이런 혼동과 착각이 더 생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채용시험은 대입시와 엄연히 다른 세계에 있다.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순전히 기업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이 채용제도를 공개하고 사회적 형평성까지 따지는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 기업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비정상이 되레 기업 혁신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까지 망친다. 대입시 병폐가 개선은커녕 채용시험까지 번졌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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