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전기전자 분야 국제 표준화 활동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등 신규 유망 산업의 표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적극적인 표준화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은 2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1063명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표준화 회의에 우리나라 대표단으로 참석했지만 이 가운데 산업계 소속은 268명에 그쳤다. 해외 선진국 기업의 국제 표준화 활동 참여 비중이 70~80%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전기전자업계가 디스플레이 생산 세계 1위, 반도체 생산 세계 3위 등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을 감안하면 더욱 초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 제안 건수는 경쟁국 일본(27건), 중국(26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계의 표준화 활동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 최고경영진의 인식 부족과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꼽았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3~5년 이상이 걸리는 국제 표준 특성을 감안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 창출에 급급한 탓이다. 보유 기술을 표준화해 지식재산(IP)으로 확대하기 보다는 단순히 감추려는 속성도 우리 기업이 표준화 활동에 나서기 꺼리는 이유로 지적됐다.
최갑홍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은 “기술을 혁신해 시장을 넓히는 쪽으로 표준을 바라봐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 향상, 해외 기술 진출 및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단기가 아닌 중장기 차원에서 표준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2일 국가기술표준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IEC 회장단도 한국 IT산업 위상에 걸맞은 국제 표준화 활동을 주문했다. 프란스 프레스벡 IEC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이 전기전자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보다 주도적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