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연간 특허 출원 규모는 국내 대학 중에서 최정상급이다. 2006년 700건 미만이었던 출원 규모는 2012년 1400여건으로 불과 6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연 평균으로 환산하더라도 1100여건을 웃돈다. 폭발적 성장세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나 스탠퍼드대 연간 출원 규모보다도 6~7배 많은 수준이다. 양적 성장에서는 단기간에 충분한 성과를 낸 셈이다.
대표 기술 이전 성과로는 `3차원 볼륨-담년 결합 영상 생성 방법` 등 21건의 특허(연구책임자 박현욱 교수)를 2011년 삼성전자에 이전해 13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거뒀다. 지난해는 장거리 전송 파장 분할 다중 방식 수동형 광가입자망 기술(연구책임자 이창희 교수)을 중소기업인 에치에프알에게 선급기술료로 5억3000만원을 받고 이전했다. 앞으로 발생할 경상기술료까지 합하면 총 10억원 이상의 수입이 기대된다.
KAIST는 지난해부터 기존 양적 증가 위주의 지식재산(IP)정책을 질적 향상 위주로 전환했다. 특허 창출 못지않게 기술 이전과 사업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KAIST 기술이전 활용 비율은 전체의 10% 수준으로 국내 평균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대학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AIST는 글로벌 IP 중심의 전략적 출원과 시장에 강한 고부가가치 특허 창출을 목표로 다양한 IP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KAIST는 지난해 전부터 해외 대기업인 사우디아람코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한편 부산물로 획득한 특허를 두 기관이 공동 소유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서 기업과 함께 추진한 연구 성과물을 공동특허로 내는 곳은 많지 않다. 과거에는 기업과 공동 연구 시 특허권은 모두 기업이 소유하도록 관례화됐지만, 이러한 고정적인 관념을 KAIST가 깼다. 최근에는 KAIST 사례를 롤 모델로 삼아 벤치마킹하는 대학도 생겨났다.
KAIST는 연구 개발자에 대한 IP 마인드 함양과 스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전에 발명을 평가해 특허 출원 여부 결정과 특허 보호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허 출원 요청 시 선행 기술조사로 중복 여부를 체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특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자에게 해외 특허 출원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KAIST만의 차별화된 IP 정책 중 하나다. 국내 출원 비용보다 훨씬 고가인 해외 특허 출원비용을 지원해 연구 성과물이 국내용이 아닌 글로벌 특허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연구실 단위에서 나오는 단일 IP에서 탈피해 대학 차원에서 선정한 새로운 IP 영역에서 원천특허, 핵심 특허 및 주변 특허 등을 집단적으로 창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강한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도 신경 쓰고 있다.
KAIST는 오는 3월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대학교와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자회사를 통해 IP 활용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AIST에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해 글로벌 기업을 육성, 지원하는 `엔드런(End Run)` 사업도 추진한다. 해외 전담 특허 사무소를 선정해 글로벌 IP 확보 지원도 강화한다. 배중면 산학협력단장은 “우리나라와 인류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R&D를 통해 창출된 글로벌 IP를 기업에 제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