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시대가 열리면서 차량용 경량화 소재가 각광 받고 있지만 정작 생산 공정 장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탄소섬유 등 복합소재를 이용하는 수지성형 기술은 외산 종속이 심하다.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차량용 경량화 소재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장비·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섬유플라스틱(CFRP)이 빠르게 보급 확산되는 가운데 핵심 공정 설비인 수지이동성형(RTM) 장비는 독일 크라우스마파이가 독점하고 있다. 폴리우레탄 매트릭스 수지를 원료로 한 RTM 공정 역시 독일 벤틀러SGL 등이 주로 공급하고 있다.
탄소섬유를 차에 적용하려면 섬유에 에폭시를 첨가해 굳히는 경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량에 쓰이는 CFRP는 전량 RTM 공정을 사용해 경화 시킨다. 크라우스마파이는 탱크 등 군수용 수송장비 사업에서 출발, 첨단 소재 가공 장비 업체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업체가 CFRP 연구개발(R&D)을 위해 독일 크라우스마파이 본사에 직접 가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습식 프레스 및 자동화 장비 전문 업체 벤틀러SGL 역시 RTM 장비를 공급한다. 헨켈과 공동으로 자동차용 폴리우레탄 매트릭스 수지 기반 리프스프링 공정을 개발하기도 했다.
소재와 공정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소재를 잘게 부수고 섞고 얇게 펴바르는 미세 가공, 굳히거나 틀을 잡는 고압, 열 처리, 유압, 자동화 등 일명 뿌리 기술이 총체적으로 결합돼야 고품질 소재를 양산할 수 있다. 독일과 더불어 소재·공정 기술 선진국인 일본 무라타·니치아·TOK 등이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국내 사출·금형·프레스 등 생산 기술 업체들은 대부분 매출액 1000억원 이하 영세 중소 기업이 대부분이고, 대기업 소재 회사들은 장비를 해외에서 대부분 도입해 사용한다. 독일·일본에 비해 한참 뒤쳐졌다.
정부도 필요성을 느끼고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윤의준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는 “최근 정부 메가프로젝트 과제로 첨단 소재 가공시스템을 선정했다”며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 위주 지원책보다는 기초적인 기반을 닦아놓은 뿌리기술 업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집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