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는 제조업에 이미 있었다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의 화두였던 `창조경제`가 어김없이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에 언급됐다. 창조경제가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정의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담화문을 보니 `기존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농업·문화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Photo Image

여러 학문과 산업간 융합이 `창조경제`라면 최근 제조업에서 창조 경제는 늘상 있는 일이다. 소재와 부품, 공정 기술이 오케스트라처럼 만나야 새로운 부가가치의 완제품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게 지금 시대다. 수출 1등 업종이자 최첨단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양산 경쟁력 위주의 하드웨어식 접근은 과거 일이다. 이제는 소프트웨어(SW)는 물론 예술적인 금융 기술도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교육이 필요하니 교육 기술도 필수다. 그동안 첨단 제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며 고용 창출의 주역이 된 것도 이 같은 창조적 융합을 배경으로 한다.

대통령은 이번에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SW 등 서비스업을 앞세우면서 제조업을 언급하지 않았다. 수조원의 개발비를 들인 장비가 움직이고 있다 해도 `창조`라는 말과 공장을 근간으로 하는 제조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 것 같다.

이미 정책에도 이 같은 기조는 반영됐다. 지난 2010년 시작돼 이제 1단계 평가가 끝난 `월드프리미어머티리얼(WPM) 사업`은 10개 과제 중 단 2개만 예산이 증액됐고 나머지 8개 과제는 삭감됐다. 대표적인 수출 위주 산업인 시스템반도체 개발용 툴(tool) 지원이나 엔지니어 교육사업 역시 예산이 줄줄이 줄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후 `제조업 U턴`을 고용 창출 제1과제로 삼았다. 대통령과 정부는 6일 담화에 언급한 5대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들이 걸어왔던 길, 그리고 지금 그들의 행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참고했으면 한다.


광저우(중국)=오은지기자 onz@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