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을 돌이켜보면 이동, 수송, 정보전달 수단 변화를 이끈 획기적인 발명이 몇 차례 있었다. 바퀴는 기원전 5000년경부터 발견된다. 사람들은 물건을 들어서 옮기거나 끌어서 옮기다가 둥근 나무를 여러 개 밑에 받치고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해하기 힘든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돌이 이렇게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바퀴라고 이해하는 모양의 원형틀이 등장한 건 기원전 2500년경이다. 축을 끼워 그 위에 물건을 올리거나 사람을 싣기 시작했다. 이후 바퀴는 인류 역사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다.

바퀴가 준 또다른 변화는 정보 전달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한 마라톤은 정보를 전하기 위해 사람들이 평원을 달려야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바퀴가 발명된 이후 사람보다 빠른 말과 연결해 마차를 만들었고, 사람의 이동은 물론 정보 전달도 빨라졌다.

또 다른 변화는 동력기관이다. 18세기 증기기관(석탄 엔진), 19세기 내연기관(가솔린 엔진)을 거치면서 말없이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칼 벤츠가 내연기관을 접목한 자동차를 발명하고 프랑스에서 생산을 시작한 게 1888년이니, 인류가 자동차를 타고 다닌 건 불과 110여년에 불과하다.

짧은 기간에도 수송 기술 변화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짐·정보 이동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하지만 전화·인터넷 덕분에 빨라진 정보전달 속도에 비해 수송기 속도는 한참 뒤진다. 바퀴달린 운송수단의 한계 때문이다.

◇드론(Drone) 배송 시대

2014년은 인류사에 길이 남을 수송 수단의 변화가 일어나는 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날개가 8개 달린 무인 드론(drone) `옵토콥터`가 물건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시스템을 발표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구매 후 30분 안에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드론은 무인·무선이 특징이다. 택배 회사인 DHL, 도미노피자도 아마존에 이어 드론 배송 정책을 발표하면서 드론 배송 시스템 붐이 일고 있다. 올해 시운전을 거쳐 내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 시대 저물면서 신개념 자동차 출현

BMW는 지난해 말 전기자동차 `i3`를 출시하면서 전기자동차 시장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미국 테슬라모터스가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왔지만 전통 자동차 업체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경쟁을 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올해부터는 미국·일본·독일을 시작으로 한국 역시 충전소가 전국적으로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소재도 획기적으로 변했다. 금속을 기반으로 하던 자동차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같은 신소재를 대거 채택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그동안 철강·제강 산업은 건설과 자동차가 주요 시장이었다. 자동차에 새로운 복합소재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금속 주조 산업은 타격을 받는 반면 화학·소재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주행 보조시스템, 무인 주행 시스템이 차량에 도입되면서 내연 기관 기술이 없는 모터 회사, 전자제품 회사들도 자동차 시장을 넘보게 됐다. 미국 구글, 한국 삼성·LG 등이 자동차 모듈 시장을 넘보는 업체들이다.

◇수송 기술 변화가 가져올 세계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 하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는 52μg/㎥에 달했다.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지는 공해와 차량 포화 때문에 아예 차를 사려면 번호판을 추첨해 받아야 하는 지경이 이르렀다. 중국이라고 다 공해가 심한 건 아니다.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일찍 개방돼 산업화가 가장 빨리 이뤄진 광둥성 선전 지역은 공기가 깨끗하고 맑다. 택시를 비야디(BYD)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지금 선전시에서 운행하는 택시 절반가량이 전기택시다.

포드는 아예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화석연료나 수력·원자력을 이용해야 하는 전기자동차에 비해 친환경적이다. 전기자동차에 대용량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배터리 개발도 한창이다. 리튬이온,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리튬·코발트·마그네슘(NCM) 등 다양한 배터리 소재가 등장했다. 배터리 기술 발전은 전자제품의 모바일화도 촉진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은 물론이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캠핑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무선통신 기술이 삽입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수송기술 발달은 직업군도 변화시킨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편배달부가 택배를 더 많이 배달하게 된 것과 유사하다. 드론의 등장은 택배 기사를 무인기 조종사로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드론기 생산·판매, 기술 개발을 위한 새로운 직업이 올해 새롭게 생겨날 전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