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리콘밸리는 두 가지 흐름이 함께 존재한다. 같은 지역,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최대한 자주 부대끼면서 시너지를 높이는 `협업`의 흐름이 그 하나라면,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실리콘밸리 아닌 다른 곳에도 재현하려는 `글로벌`의 흐름이 또 다른 한축이다.

두 흐름은 창의성과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같은 지향점을 갖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실리콘밸리는 해외 우수 인재를 끌어들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며 더 다양한 시너지를 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가까운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강조하면 실리콘밸리 밖의 창업가는 소외되기 십상이다.
각국 정부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지원 기관을 두거나 현지 기관과 협력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자기 나라로 이식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이 지속적 경제 성장의 원동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최대화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때로는 협력, 때로는 긴장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실리콘밸리는 지금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네스트GSV 같은 시설은 복잡하게 변모해 가는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네스트GSV는 스타트업의 초기 정착과 성장을 돕는 기관이다. 하지만 영리 기업이다.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 업무 공간을 임대하고 사업 개발 자문이나 IT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국내외 정부 기관과 기업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장도 열어준다. 어떻게 보면 `골드러시` 때 청바지와 삽을 팔아 돈을 벌던 기업들을 연상시킨다.
케이번 바루만드 네스트GSV CEO는 “교육이나 건강, 교통 등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대기업, 정부와 대학 등 주요 혁신 주체를 글로벌하게 연결하고자 한다”며 “기업가 정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협업과 글로벌이란 화두를 묶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실제 연결하며, 혁신을 일으키는 과정 자체를 엑셀러레이션하겠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네스트GSV의 공간은 파티션 없이 최대한 장벽을 낮추고 사람들이 오가며 자주 마주치도록 설계돼 있다. 건물 안팎에 쉽게 대화를 틀 수 있는 시설이 놓여 있다.
콜럼비아에서 온 스타트업 기업인들, 현지 교육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한국에서 온 패션 관련 스타트업 등이 자연스럽게 한데 어울리는 구조다. 바루만드 CEO는 “한국 네스트GSV 사무소를 송도에 내기로 한 것도 협업과 브레인스토밍이 가능한 개방적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업과 경쟁의 공간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나 500스타트업 등 스타트업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들도 미국 안팎의 능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지원 기관 역시 강도 높은 경쟁을 거쳐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집중적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킨다.
500스타트업에서 만난 한국계 창업자 팀 채씨 같은 경우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그는 대학생 시절 한번 창업해 매각한 후 500스타트업 인큐베이팅으로 다시 한번 창업해 1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500스타트업의 `상주 기업가`로서 후배 스타트업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 재창업과 멘토링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 안에는 자기 나라 깃발을 걸어 놓고 2~3개 부스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개발에 열중하는 각국 젊은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들도 몇 달 간 일정으로 실리콘밸리에 건너와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에서 멘토링을 받아가며 개발을 진행하기도 한다. 외국 정부의 창업 관련 기관이 파견 나와 함께 일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실리콘밸리에서는 끊임없이 스타트업 관련 모임들이 이어진다. 내용도 선배 스타트업의 생생한 경험담에서 전문가들의 법률 및 회계 자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IBM 같은 대기업도 스타트업 모임을 후원하며 혁신의 연료를 보충받는다.
샌프란시스코(미국)=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