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 외교 강화는 저비용 고효율 사업

우리나라 외교는 정치외교에 치우쳤다. 심지어 주요 국가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국내 VIP 의전만 하는 게 외교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외교관의 중요한 역할인 자국민 보호마저 등한시한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새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공감을 많이 얻은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제·산업·기술 외교는 아예 찬밥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워싱턴·샌프란시스코·베이징·EU·모스크바 주요 해외 거점 5곳에 기술혁신센터(K-이노베이션센터)를 설치하고, 2017년께 10개로 늘린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로 나뉜 국제협력조직도 지역별로 확대 재편한다. 해외 ICT 관련 센터, 연구원, KOTRA, 재외 공관 등의 창조경제 관련 활동과 정보를 취합, 연계하는 센터다. 당장 중소벤처 기술기업의 글로벌화 지원에 집중하지만 장기적으로 과학기술·ICT 외교, 국제 공동 연구, 공적개발원조(ODA) 업무까지 망라할 예정이다. 기술 외교 허브인 셈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 경제 글로벌 위상이 높아져 관련 외교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한국의 앞선 ICT 인프라와 관련 기술산업 육성 사례를 배우려는 개발도상국가가 많다. 선진·전략 국가엔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우리 기술기업의 현지화, 글로벌화 지원을 집중해야 하지만, 개도국엔 기술지원 협력을 통해 한국 기술과 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기술 전문가를 해외 개도국 정부 기술자문관으로 대거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계는 우리나라를 이미 기술 강국으로 인정하고 협력과 지원을 절실히 원한다. 이것만 제대로 도와도 세계 개도국 곳곳을 무상 건설 지원으로 침투한 중국의 물량 공세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해당 국가 기술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훨씬 넓어지기 때문이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분석이다. 늘어나는 기술 외교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술혁신센터 10개도, 공적개발원조 지원금도 턱없이 모자란다. 기술 외교 강화는 저비용 고효율 사업이다. 외교 당국을 향한 비판 수위도 누그러뜨릴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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