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있는 인텔의 연구실. 오큘러스라 불리는 로봇이 인기 모바일 게임 `컷더로프(Cut the Rope)`에 빠져있다. 고무를 씌운 두개 손가락으로 다양하게 흔들리고 이동하는 로프를 잘라 애완 몬스터 `옴놈`에 사탕을 먹인다. 점수는 만점이다.

게임하는 로봇이 아니다. 실리콘 웨이퍼를 나르는 로봇도 아니다. 오큘러스는 스마트폰을 터치한 후 반응을 감지하는 로봇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인텔이 로봇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연구한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인지했을 때 `그저 빠르다`로 인식되는 느낌을 로봇이 수치로 환산한다.
오큘러스는 터치에 따른 스마트폰 화면 반응을 분석한다. 오큘러스 움직임은 1초에 300프레임을 녹화하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용 레드 카메라가 포착한다.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는 특정 환경에서 터치 디스플레이의 정확도와 응답속도를 분석하는데 쓰인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가상 키보드를 누를 때 반응 속도와 긴 글을 읽을 때 화면을 내리는 반응도 포착한다. 오큘러스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축소 확대하는 `핀치투줌`은 물론이고 끌기와 긋기 같은 동작도 한다. 스마트폰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한다.
오큘러스는 다양한 스마트폰 사용자로 변신한다. 처음 스마트폰을 접한 사람처럼 천천히 기능을 누른다.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처럼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자판을 누르기도 한다. 오큘러스에서 나온 점수는 인지심리학자가 나눈 1~5단계 수치로 변환된다. 인텔 인지심리학 연구그룹은 사람과 컴퓨터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오큘러스에서 얻어진 정보는 인텔칩으로 터치스크린 기기를 만드는 기업에 제공한다. 매트 던포드 인텔 사용자 인터페이스 매니저는 “이 정보는 칩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앱테스팅 기업 소스랩 제이슨 허긴스 공동창업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이 로봇을 스마트폰 연구개발에 쓰고 있지만 절대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인텔 오큘러스는 기존 제조사가 쓰는 로봇과 달리 인지심리학자가 참여해 실제 사람이 느끼는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