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85>속도보다 밀도가 중요하다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가면 아름다운 풍경도 그냥 스쳐 지나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제 아무리 아름다운 가을의 풍광도 흐릿한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도 줄어든다.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를 확장하려면 달리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각도와 함께 매순간 내가 살아가는 삶에 부여되는 의미의 밀도도 중요하다. 의미의 밀도는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삶의 순간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찾을 수 있는 충만함이자 만족감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빨리 목표를 달성했는지보다는 사는 동안 얼마나 다양한 삶의 의미를 찾았는지, 그 의미 속에서 삶의 충만한 만족감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와서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허전한 이유는 삶의 밀도가 없어서 그렇다.

삶에는 먹구름도 있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으며 혹한의 추위 속에서 눈보라가 귓전을 때릴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라는 시 구절이 있듯이 삶의 모든 순간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의미를 찾는 사람, 그 의미에 매료되는 사람만이 인생 전반을 의미심장하게 꾸려 나갈 수 있다.

의미심장함은 의미가 심장에 꽂힐 때 생긴다. 의미가 심장에 꽂히려면 체험적 의미를 반추하면서 의미의 밀도가 충만해야 한다. 보다 많은 일을 허겁지겁 하면서 보다 높은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한 성취감을 맛보아야 한다. 세상에는 쓸데없는 일, 쓸모없는 일은 없다. 다만 내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하찮은 일도 그 일이 생긴 이유가 있다. 비록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정성껏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진심은 통한다. 작은 일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 배움의 강도가 삶의 밀도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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