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끝> 결산 좌담회 "창업과 일자리, 해외가 진짜 무대다"

△참석자

김흥기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

윤상화 에스넷시스템 대표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글로벌창업정책포럼 자문위원장)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 (가나다 순)

사회: 전자신문 강병준 경제과학벤처부 부장

△강병준 전자신문 경제과학벤처부장=창조경제 시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업이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창업 비율만 중요시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IT 기반의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질적인` 창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책의 출발점은 미래창조과학부였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 실장=대한민국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가려면 예전보다 차원이 높은 차원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젠 협소한 국내 5000만 내수 시장을 보는 것보다 70억 인구가 있는 글로벌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 7월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9월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를 만들고 벤처 1세대가 멘토링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센터에서는 국내 유수 로펌과 회계 법인 등 전문가 인력을 모아 창업하고자하는 사람에게 자문도 해준다. 3개월도 채 안됐지만 이미 1300개 스타트업에 1500건의 전문 컨설팅을 제공했다. 32개 팀이 국내 창업을 했으며 미국 러시아 해외 창업팀이 5건, 11월 15일 기준 특허도 5건 출원이 되어 있다.

청년 창업자는 가능하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창업하는 것이 목표였으면 좋겠다. 아이러브스쿨 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우리가 세계화를 못해서 아쉽게 사라졌다. 처음부터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창업을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글로벌 창업은 국내든 해외든 본사가 중요하지 않다. 비즈니스 영역이 전 세계가 무대라는 것이 중요하다.

△김흥기 글로벌창업정책포럼 상임의장=정확한 이야기다. 글로벌 창업이란 시작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비즈니스다. `본 포 글로벌(Born for global)`인 것이다. 그간 게임이나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에는 해외에서 `나홀로` 성공하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이젠 대·중소기업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봐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을병 관계의 업체만 컨소시엄에 끼워줬다. 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해관계가 없어도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창업정책 포럼이 만들어진 이유이며 대중소벤처기업 등 다양한 업체들이 포진해있는 이유다.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은 있지만 현지 법인이 없는 경우 망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사기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땐 경험이 있는 대기업과 조인트를 통해 창업하면 된다. 대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 일부를 무료로 쓸 수도 있다.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창업하라는 얘기다. 현지 실정에 밝고 인적 네트워크도 있는 그런 기업이 붙어서 좋은 모델을 만들면 된다. 3~5년만 관리해주면 자생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포럼에서는 관련 11개 분야에 대해 리포트를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 대중소 협력 모델이 성공한 사례 연구보고서, 게임업체가 해외 진출 시 어려웠던 점 등 다양하다. 국가적인 정책과 어젠다를 만들고 안행부의 전자정부, 중기청 등 쪼개져있는 정책을 한데 묶어 미래부 산하 글로벌정책포럼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강병준 부장=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하고 시장도 협소했기 때문에 항상 세계 무대를 배경으로 사업을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조는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글로벌창업정책포럼 자문위원장)=모든 경제학의 이치는 자본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다. 대부분 두 개가 합쳐지기 힘들다. 올해 삼성전자가 순익은 40조원가량이라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1억 씩만 쪼개어 스타트업에 투자해도 좋을 거 같다. 문제는 계열사로 편입이 안 되게 제한을 두고 있어 삼성이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창업에 투자를 하면서 든든한 백업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다 차단을 해놨다. 글로벌로 나아가려면 더더욱 자금이 필요하다.

△윤상화 에스넷 대표=맞는 이야기다. 대신 삼성 같은 대기업은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대기업과 손잡고 해외에 진출해 물건만 납품하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해외에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기 납품한 제품의 유지보수를 진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런 상생 기회를 이용하면 된다. 자금이 막대하게 필요한 것 아니다. 선진국은 몰라도 개발도상국에는 한국의 선진 ICT 기술을 활용할만한 시장이 크다. 물론 에스넷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작은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처음에 창업할 때 미리 그 나라에 대한 철저한 시장 조사와 선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나라 문화나 시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기업과 협력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글로벌도 어렵지 않다.

△최재유 실장=그간 사업을 하려면 융자를 받아야 했다. 이제 바뀌었다. 융자가 아니라 투자다. 예전에는 실패하면 3대가 망했지만 이젠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올해 창업이 30% 정도 늘었다. 스마트폰 시대이다 보니 모바일 비즈니스가 많다. 예전에는 20~30명가량이 종잣돈 5억을 가지고도 창업을 하기 힘들었다. 이젠 2~3명이서 500만원과 노트북만 있으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강병준 부장=에스넷만 해도 매출 1000억원가량의 중견기업이다.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하물며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부분이 걸림돌이고 이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상화 대표=중견 기업이지만 글로벌 창업이나 진출에 대해서 많은 정보가 없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데도 `물어서` 공부했다. 아는 인맥을 통해서 묻는 것이 다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에스넷의 뼈아픈 실패 사례도 있는데 이를 공유할 데가 없다. 이런 부분이 홍보나 공유가 됐으면 좋겠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과 제휴하거나 투자하려고 별도의 팀이 있다. 언제든 할 수 있고 하고 싶지만 정보가 없다. 초기 기업의 경우 무작정 글로벌 진출보다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에스넷같은 중견 기업과 함께 가는 것이 더 낫다. 마케팅을 모르면 실패한다. 기술력과 제품만 믿고 나가면 실패한다. 정부나 선구자들이 알려줘야 한다.

△김흥기 의장=누구나 모르는 길은 두렵다. 각 부처에서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다. 결국 한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수렴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시행착오를 거치면 안다. 지금 걸림돌은 우리나라 사람과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 공유 부족이다. 먼저 해외에 진출했던 사례가 상당 부분 쌓여 있다. 기 진출한 기업들은 시장 사정을 잘 안다. 삼성전자만 해도 갖고 있는 정보가 상당하다. 중소벤처기업들과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정책포럼에서 리포트를 내는 이유도 그것이다. 책상에 앉아 교수들이 쓴 리포트는 실무에서 안 먹힌다. 직접 뛰어본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필요하다.

△강병준 부장=해외 진출한 노하우를 공유하는데 미래부도 역할이 있을 거 같다.

△최재유 실장=지난달 중순 장관과 함께 아세안 10개국 통신장관 모임이 있었다. 우리와 동향이고 비슷한 문화가 있다. 시장이 무한히 열릴 가능성을 봤다. 그 모임에서 한국, 일본, 중국을 파트너로 초청했다. 한국이 아세안 사람 데려다가 ODA로 지원도 해준 것을 고마워한다. 이 같은 긍정적인 기조를 바탕으로 어떻게 정부, 업체 간 협력해 상생 모델로 만들지 연구 중이다.

△좌승희 교수=지금 생각난 아이디어다. KDI에서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후진국에 증권 자본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지 연구하고 자문까지 진행 중이다. 증권 자본 시장에서 필요한 ICT 기반 인터넷 서비스 등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 함께 동반 진출할 수 있을 거 같다. 각 부처에서 연구 리포트를 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업을 일으켜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을 리스트업해 지원해준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거다. 정부는 부가가치가 나오는 기업들과 연결을 서로 시켜줘야 한다. 아이디어만 주고 끝이 아니라 우리 기술력으로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글로벌 진출과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함께 기여할 수 있다.

△최재유 실장=좋은 말씀이다. 공공데이터 개방이라는 정부 3.0 기조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앞으로 포럼에서도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굉장히 좋을 거 같다. 정부와 정부, 정부와 민간이 오픈 협력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김흥기 의장=최근 다양한 민간 단체에서 앞으로 일을 같이 진행하자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글로벌 창업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분산되어 있는 기관을 민간 차원에서 모아 공동으로 콘퍼런스도 열고 모바일 기반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강병준 부장=글로벌 창업에 대한 각계의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최재유 실장=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거쳤다. 다 성공했다. 이젠 글로벌화가 성공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비즈니스와 균형이 맞아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국제 경제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이 부각되어야 한다.

△윤상화 대표=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이것만 믿으면 안 된다. 결과는 회사의 몫이다. 다만 글로벌 창업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나 창업 지원 센터 등 최소한은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 인력에 대한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정부에서 운영하면서 창업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현지 언어가 능숙한 인턴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검증과 보완도 정부에서 인증해주면 좋다.

△좌승희 교수=코이카 코트라 등 다양한 부처에서 해외 지원 사업을 한다. 인도적인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부에서 기존에 해외 지원 성공 프로그램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어떤 사업에 어떤 스타트업이 어울리는 지 매칭하고 리스트업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취업한 역량 있는 청년들이 그곳에서 창업할 수 있는 정책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기 의장=글로벌적인 생각과 태도(애티튜드)가 필요하다.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출하려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상대주의도 인정해야 하고 그 나라만의 고유한 사업방식도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만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현지에서 존경받는 기업,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본 글로벌 기업이 된다.

정리=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