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는 크게 세 측면에서 변화와 충격으로 다가온다. 첫째는 ICT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기능과 지능이 확장되고 감성 전달이 가능해진다. 둘째는 콘텐츠, 방송, UI/UX, 증강·가상현실 기술 등 발전으로 현실 세계의 물리적 공간과 가상 세계의 디지털 공간을 나누는 경계가 흐려지면서 서로의 영역이 스며들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물리적 인프라 확장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인간관계의 논리적 연결은 보다 촘촘해지면서 참여와 공유가 확대된다.
세계 경제 중심축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19세기 말까지 증기기관 발명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영국이 세계 경제 중심이었다. 지금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은 바로 융합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 진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미래기술의 다차원적인 발전 궤적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문,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미래기술 전망이 필요하다.
미래기술은 로봇, 의학, 환경, 에너지, 방재, 국방 등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는 산업 융합기술과, 사물통신,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온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지식 융합기술, 그리고 인간의 직업, 가정, 감성, 능력 등을 지원하고 이해해 인간과 더욱 밀착되는 형태의 인간 중심 기술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 기술이 가능하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이다.
ICT로 인한 정보화 혁명은 직장과 집 사이 구분을 모호하게 했다. 그전까지 대규모 사무실과 공장에서 집합적으로 행해지던 수많은 직무가 지금은 소규모 지역 사무소나 일반가정집에서 행해졌다. 앨빈 토플러는 이를 산업혁명 이전 시대로 회귀라고 했다.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화된 탈 대량생산이 보편화된다. 이제는 집이 업무와 교육, 가족 활동의 중심이 돼 출퇴근 시간 낭비, 창의성 상실, 화석연료 소모, 환경오염 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재택근무가 사회적 단절을 불러올 것이라는 일반적 우려와 달리 생활과 여유시간 활용 등으로 더 활발한 사회적 교류가 가능하고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올해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성장산업 가운데 ICT 비중이 70%이상을 차지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2013년 세계 ICT 성장률은 4.2%로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다. ICT는 2011년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22.6%를 차지할 만큼 우리 경제 견인차이자 성장동력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더욱이 ICT 융합 시장은 더욱 높은 성장률을 보여 2020년까지 두 자릿수로 성장할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사회는 상호의존성, 복잡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기후변화, 물과 에너지 부족, 전쟁 등 인류 안전을 위협하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예견된다. 미래사회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한 ICT 융합기술의 핵심 분야로는 감성 인터페이스, 인간 언어 추론 인지 등과 같이 인간 자체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본질적 목표인 인간중심 기술,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에너지·환경·식량 문제 등을 해결하는 지속가능 기술, 노령화 사회를 대비해 새로운 보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령화 대비 기술, 그리고 자연재해·인위적 재해·사회적 위협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사회 기술 등이 있다.
ICT 융합기술이 산업과 사회 전반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HW와 SW의 균형 발전, 중소·중견기업 간 동반성장과 같이 공생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4G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미디어 대중화와 같은 IT 융합 기반의 확충, 그리고 취약계층의 정보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국민 생활 스마트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미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가 될 것이다. ICT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연결로 소통하고 창조 발전을 견인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장(국제미래학회 미래창의기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