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제정된 `비탐지 무기 제한법`의 효력이 내달 9일 만료
공항 X레이 투시기에 탐지되지 않는 3D 프린팅 플라스틱 총기가 미국에서 합법화할 공산이 커졌다. 플라스틱 총기 제작 금지를 골자로 1998년 제정된 `비탐지 무기 제한법`의 효력이 `선셋(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내달 9일 만료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The Hill)은 29일 의회가 이 법안을 연장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총기의 제조와 유통, 소지가 자유로워진다고 지적했다. 대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다.
비탐지 무기 제한법은 금속탐지기가 감지할 수 없는 양의 금속을 포함한 무기 제조를 금지하는 유일한 법이다. 플라스틱 총기처럼 금속이 들어가지 않거나 소량인 무기를 규제한 것이다.
법이 만들어질 당시 플라스틱 총기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했지만 의회는 미래에 이런 무기를 제작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입법화했다.
문제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플라스틱 총기가 실제 출현한 올해 법 효력 만료를 앞두고 의회가 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시라도 법적 공백 상황이 생기면 누구나 적은 돈으로 3D 프린터를 써서 공항이나 정부 건물, 학교 등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총기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법안 연장을 주장하는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 하원의원은 힐과 인터뷰에서 “25년 전 의회가 플라스틱 총기 금지 법안을 초당적으로 지지했을 당시 그 위협은 공상과학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은 1988년 하원에서 찬성 413표, 반대 4표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처리됐으며 이후에도 별다른 이견 없이 구두표결을 통해 10년간, 이어 5년간 연장됐다.
이스라엘 의원은 “악당의 손에 이런 총기가 들어가는 게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의회가 법안 시효 만료 이전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점점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추수감사절 휴회에 들어간 미국 의회가 내달 9일에나 다시 문을 여는데다 공화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찰스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이 휴회 직전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제프 세션스(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세션스 의원은 “상황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으며 의회가 다시 문을 열면 심도 있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앞서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이달 중순 성명을 내고 “금속탐지기로 적발되지 않는 총기가 적법하게 유통되면 안 된다”며 “법 집행과 국민 일상생활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