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창조과학의 원년이 저물어 간다.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창조경제를 논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돼온 것이 `과학기술`이다. 그만큼 박근혜정부는 과학기술에 진흥과 장려,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이것이 이전 정부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금껏 우리는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촉진해야 하는 어린 `영계`로만 봐왔다만, 지금은 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알`까지 낳기를 바란다.

[과학강국 기술대국]<끝> 창의과학, 창조경제의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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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미래부 1차관(가운데)이 국립중앙과학관 내 창의나래관 3층 무한상상실에서 3D프린팅 제작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
[과학강국 기술대국]<끝> 창의과학, 창조경제의 주춧돌

◇미래부의 역할 변화

이같은 정책 기조 변화 아래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기존 과학기술 담당 정부조직과 달리 `경제 부처`로 구분될 만큼 퍼포먼스를 강조한다. 여기서부터 과기계의 고민은 시작된다. 과학기술과 ICT의 결합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자칫 과학기술인이 산업발전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창조경제와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만 봐도 그렇다. 정보통신이 1년에 2~4배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토끼와 같다면 과학기술은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거북이에 비유된다. 부처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온 양측간 `교차인사`도 지금껏 국장급 2명·과장급 3명 정도 선에서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일 조직 내에서 수십 년 동안 달리해 왔던 공동체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융합해서 창조경제를 견인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초과학의 재탄생

이번 정부들어 융·복합이 강조되면서 기초과학이 설 자리가 모호해졌다는 게 과기계의 우려다. 하지만 기초과학이야말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성장 원천이자 나라의 기초체력과 같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 “그동안 한국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해왔지만 이제 이런 전략이 한계에 부딪혀 있다”며 “남이 못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성장해야 하는데 원래 신기술은 기초과학 연구 성과물을 토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기초연구와 상업적 응용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짧아지면서 세계적으로 기초연구 성과가 ICT 등 첨단산업에 필수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 미지의 세상을 탐구하는 일,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모험적인 창의 연구와 창의 인재 육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모험적 연구를 하는 이른바 `창의형 과학자`의 등장이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마련해야한다고 오 원장은 덧붙혔다.

◇함께하는 과학기술

지난해 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내놓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이해도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민행복과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는 있으나, 과학기술이 사회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정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여도가 매우 크다`는 응답이 중국과 일본의 경우 각각 30.2%와 20.2%인 반면, 한국은 겨우 7.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간 국가와 국민이 기대하는 과학기술의 역할은 산업혁신을 촉진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 정도였다. 그에 따라 과학기술을 산업혁신으로 연결하기 위해 기술이전·사업화지원 조직 등 다양한 산업혁신 촉매조직이 신설되고 발전돼 왔다.

반면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했다. 정부는 일부 연구개발사업기획에서 문제해결형 관점으로 접근했으나 문제를 정의한 후 관련 기술목록을 나열하고 기술획득전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다.

◇실험실 문을 박차고

과학기술이 실험실에만 앉아있던 시대는 갔다. 기존의 과학기술 공급형이나 경제적 수요견인형 기술혁신과는 달리, 사회문제해결형 기술혁신에서는 먼저 안전·환경·에너지·보건 등의 영역에서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이슈를 탐색하는 문제인식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의 기술을 재조합하고 사회에 보급·확산시키는 방식을 찾아내는 역량도 요구된다. 향후 사회문제해결형 과학기술 혁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을 신설·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본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지난 2001년 과학기술진흥기구(JST) 산하에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RISTEX)를 설치, 지진 사전감지 기술 등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는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기에는 대중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간주, 과학의 대중화 사업을 확산하는 데만 주력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일방향적 과학의 대중화에서 벗어나 과학기술과 사회의 양방향적 소통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및 인재양성 정책의 발전방안을 새롭게 모색해야할 때”라고 진단했다.


내년도 거대 공공분야 기초R&D 사업(단위:백만원)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활용 방안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