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 1986년 최고 권위의 과학소설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 28년간 베스트셀러…. 작가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Ender`s Game)` 얘기다. 그의 글은 간결하다. 쉽게 읽히는 힘이 있다. SF장르 팬에겐 바이블이다.
이 소설이 영화(국내 개봉명:엔더스 게임)로 제작됐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다. 인류는 우주 함대를 만들고, 선택받은 소년 엔더는 미래를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 본 얘기라고? 맞다. 이 작품이 영화 `매트릭스`와 소설 `해리 포터` 게임 `스타크래프트` 같은 문화콘텐츠에 영감을 준 원형(原形)이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주인공 네오가 가상현실에서 훈련을 하고,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스토리를 빌렸다. 해리 포터가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이기고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는 얼개는 호그와트와 우주라는 배경의 차이만 있을 뿐 같다.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소설에 등장하는 외계 행성과 지구를 둘러싼 세계관, 엔더의 시뮬레이션 전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원형 콘텐츠의 재창조다.
그럼 매트릭스와 해리 포터, 스타크래프트는 엔더의 게임에서 유산만 물려받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문화콘텐츠는 교류하고 융합하며 발전한다. 이 소설이 28년의 세월을 딛고 영화로 재탄생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엔더스 게임`은 원작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는 평을 받으며 미국 박스오피스 1위도 찍었다.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은 이런 선순환 생태계를 가질 수 있을까. 최근 게임중독법 논란을 보며 생각해본다. 단언컨대 일방적 규제가 불러오는 것은 풍선효과 뿐이다. 막을 수도, 막아서도,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