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조 디지털 행성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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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지구는 둥글고, 지구에 존재하는 바다는 하나이며, 지구의 대부분은 육지이고, 바다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믿음 덕분이었다. 지구는 구슬 모양이라는 구체설(球體說)에 대한 확신이 대항해 시대를 열고 인류 문명화의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후반 인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견으로 `가상적 지구`라는 또 하나의 지구를 발견했다. 이는 제2의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에 버금갈 정도로 인류 신문명의 융성에 거대한 전환을 가져다주고 있다. 2013년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11억명,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에는 2억8000명이 가상적 지구의 거주자로 등록을 마쳤다.

이렇게 급격히 확장을 거듭한 가상적 지구는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만나면서, 또 한번 인류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2015년이면 전세계 스마트 폰 이용자는 50억명에 달하고, 2020년에는 PC나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 가전, 스마트 자동차, 카메라, 3D프린터, 지능 자판기 등 무수한 사물들이 초연결된다. 또한 거대한 스마트 사물들의 생태계로 무수한 센서와 액추에이터들이 몰려와서 스며들게 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핵심 부품마다 컴퓨팅과 통신기능이 탑재돼 제품의 전주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인터넷 산업생태계가 성숙된다.

무한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저장장치와 클라우드에 인류의 모든 지식과 디지털 사물 데이터가 축적되고, 다시 초대용량 유무선망으로 연결되면서 21세기형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생태계로 가듭난다. 300년전 기계라는 압도적인 동력을 가진 도구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 듯,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대융합 혁명은 또 한번 인류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전망이다.

그렇다면 18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정보혁명이 빚어내는 21세기형 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디지털 행성(Digital Planet) 시스템의 출현이 될 것이다. 디지털 행성은 물리적 행성(Physical Planet)과 가상적 행성(Cyber Planet) 간의 상호의존도가 증대되는 교차영역에서 창출된다. 두 개의 행성이 만나면서 동공간적 플랫폼(Homo-spatial Platform)이 만들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가 경험한 모든 혁명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제3의 행성을 탄생시킨다. 과거의 도시혁명, 산업혁명은 물리적 행성에서 일어났고,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정보혁명은 가상적 행성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머지않아 닥쳐올 초연결 디지털 혁명은 물리적 행성과 가상적 행성을 한없이 근접시킨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행성은 상호작용과 상호소통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 낸다. 미국의 CPS(Cyber-Physical System) 프로젝트는 디지털 행성시대로 가는 길목을 민첩하게 선점하려는 국가전략이다. 이 프로젝트는 물리적 시스템과 가상적 시스템을 하나의 초연결 시스템으로 엮고자 하는 디지털 행성 챌린지 구상이다. 현실 세계의 모든 사물과 시스템에 사이버 시스템과 상호소통하는 역량을 탑재하고 두 시스템을 다이내믹하게 재구성하면 21세기 시스템으로 재창조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행성시대의 중심국가로 떨쳐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 전자정부시스템, 국민의 디지털 혁신 역량 모두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최적요소들이 국가지도자의 담대한 리더십과 결합되어 창조적 에너지로 분출될 때, 우리는 디지털 행성시대의 선봉국가로 굴기하게 될 것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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