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우 서울대학교 약학과 교수

남을 따라 하기만 해서는 남을 앞서기 힘들며 내가 강한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조합할 때 기존의 상상을 뛰어 넘는 혁신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 교육열과 2002년 월드컵으로 각각 대변될 수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서로 뭉치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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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수한 인적자원과 뭉치는 힘(융합력)은 어찌 보면 양립하기 힘든 개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두 가지를 모두 강점으로 갖고 있으며 이를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인 한국형 신약개발을 위해서도 우수한 인적자원과 뭉치는 힘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특정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기존 표적 단백질에 대한 연구만을 통해서는 세계적인 대형 제약회사·연구소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힘들다. 우리가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유발하는 전혀 새로운 표적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준비된 핵심기술의 창조적 융합`을 통한 빠른 검증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지원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표적단백질 발굴 연구단을 지향하는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젼스 연구단 (이하 연구단)이 한국형 신약개발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을 하고 있다.

신약 개발 관련 핵심 기술 중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른 분야가 우리나라에는 여럿 있으며 그 배경에는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다. 연구단은 신약 개발 병목지점으로 여겨지는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핵심 요소 기술을 집중 개발·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표적 단백질의 검증에 적용해 고효율 융합형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요소기술의 집중 개발·확보와 더불어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은 연구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심 원천기술의 융합이다. 뭉치는 힘이 대한민국 강점이라고 했는데 연구단에서는 단순한 융합을 넘어서 창조적 융합을 지향한다. 새로운 표적 단백질을 발굴해 내면 그 특성에 따라 핵심 요소기술을 새롭게 조합해 검증함으로써, 기존의 파이프라인식 신약개발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10년 11월 연구단 출범 이후 새로운 폐암 유발인자 발견, 단백질 합성효소 MRS의 암 억제 원리 규명, 근육 만드는 몸속 아미노산 스위치 발견, 약물의 표적단백질을 찾는 새로운 방법개발, BIT를 융합한 신약개발 기반 구축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많은 연구 결과를 이미 지속적으로 발표해 오고 있다. 우리 연구단의 한국형 신약개발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은 신약개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국내 제약관련 산업의 성장을 유인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bw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