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화학산업의 미래 `차세대 촉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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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난 현재도 국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인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간 창조경제의 결과물에 대한 논의는 주로 창업 쪽에 중심을 두고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분야가 기존 산업의 역량 강화와 혁신이다.

우리나라 산업 중 창조적 혁신과 재도약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석유 및 화학 분야다. 석유화학 제품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의 18.7%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으로 알려진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보다 더 많은 규모다.

근대화 시작과 함께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고속 성장하며 경제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가장 큰 수출 시장이던 중국은 자체 생산 시설을 계속 늘리고 있고, 싼 가격을 앞세운 중동 산 제품에는 경쟁에서 열세다. 판로가 줄어 제품이 적체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여럿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 시장의 변동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적 문제여서 단기간 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발원지이자 지역 내 생산액의 57.6%를 석유화학 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울산시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안고 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자체 기술경쟁력을 높여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에너지, 환경 등 새로운 유관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바로 `차세대 촉매 기술`이다.

화학공정의 90%는 촉매를 사용하고, 화학제품의 60%는 이 촉매를 이용한 공정에서 나온다. 촉매는 화학 및 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이다. 차세대 촉매 기술 없이는 화학 및 관련 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그대로 도입해 솜씨 좋은 공장 운전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유지해 왔다. 산업 규모는 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지만 경쟁력의 핵심인 촉매 기술 개발에는 소홀했다.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해야 했던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국가 주도로 촉매 기술 개발에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 과학기술계, 관련 산업계에서 끊임없이 제시됐다. 그러나 여러 여건과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석유화학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추격형 산업의 대표적인 예로 그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지난 과거를 후회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석유화학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산업을 보다 굳건히 세우고 차세대 청정 에너지산업으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은 필수다. 국가 경제를 위해 시급한 과제이자 시장선도형 창조경제라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가장 부합하는 국가어젠다다.

최근 산학관이 긴밀한 협조 아래 `울산 촉매 기술개발 허브센터`를 구축했다. 국가 주도 전략 아래 차세대 촉매 기술 개발의 기틀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차세대 촉매 기술을 개발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환경 기술을 선점해 이 분야의 선도 국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화학분야 산학연 현장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목소리가 실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촉매 기술 선진국이 도입해 성공한 모델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불씨로 삼아 차세대 촉매 기술 개발이 국가적 전략 목표로 자리 잡고, 우리나라 산업 역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조무제 UNIST(울산과학기술대) 총장 president@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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