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2년 만에 3조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면. 그것도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 1년이 조금 넘은 젊은 창업가들이. 또 하나의 스타트업 신화가 탄생하는 엄청난 사건이지만 더 큰 뉴스가 만들어졌다. 이 젊은 스타트업이 3조원을 벌 기회를 차버렸다. 주인공은 모바일 메신저 기업 스냅챗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냅챗이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스냅챗 인수에 30억달러(약 3조1995억원)를 제시했다.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665억 원)에 인수한 사진공유 SNS 인스타그램의 세 배로 페이스북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더구나 금액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었다. 스냅챗 창업자들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언뜻 무모해보이지만 스냅챗의 배짱에는 근거가 있다. 전송된 사진과 텍스트를 스스로 삭제하는 기능으로 10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다. 페이스북 등에 올린 사진과 글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터넷 세상을 떠도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이른바 `디지털 잊혀질 권리`를 가장 먼저 구현한 서비스가 스냅챗이다.
스냅챗은 현재 하루 3억5000만개의 메시지와 사진이 공유돼 페이스북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주목받는다.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7300만달러(약 778억원)로 시장이 평가하는 스냅챗의 현재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2664억원)에 이른다.
스냅챗이 페이스북 인수 제안을 거절한 전력이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억 달러에 인수를 추진했다 쓴 잔을 마셨다. 인수 실패 후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 확대에 주력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스냅챗을 따라잡는 데는 실패했다. 10대 사용자 이탈이란 문제에 직면한 페이스북에게는 유력 메신저 인수가 절실하다.
스냅챗이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창업자끼리의 다툼이다. 스냅챗 창업자는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 두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창업 당시 프랭크 레기 브라운이라는 제3의 인물이 있었다. 브라운은 자신을 포함한 3명이 스냅챗을 개발했고 아이디어는 자신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다툼이 생겼고 브라운이 회사에서 쫓겨났다. 브라운은 자신이 서비스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 지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으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윈클보스 형제 이후 가장 큰 스타트업 소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