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국가 SW 경쟁력 향상을 위한 SW기술자산 활용촉진 방안
△일시 및 장소:11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참석자
-서동규 전자신문 비즈니스IT부장(사회)
-김두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CP
-박경철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
-박용범 단국대학교 컴퓨터과학교수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SW공학센터장
세계 정보기술(IT)의 중심이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HW가 세계 IT 시장의 23%를 점유한 반면 SW는 30%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 SW 연구개발(R&D) 성과의 상당수는 사업과 연계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휴면 상태로 머물러 있다. 매년 1000여개 SW 기업이 명멸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2일 SW자산뱅크의 문을 열고 R&D 성과 공유·확산에 나선다. SW 기술자산을 공유·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자신문은 이를 계기로 SW 산업계의 공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SW기술자산 활용촉진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SW산업 발전을 위해 자산뱅크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SW는 `재활용`돼야 진가 발휘
△사회=SW 기술자산 공유·활용이 SW산업 경쟁력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논의해보자.
△박용범 단국대학교 컴퓨터과학교수=SW 기술자산은 다른 자산과 달리 복사해도 품질 안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재활용하기에 상당히 좋다는 얘기다. 공유·활용으로 보다 나은 SW를 만들 수 있고 개발비도 줄일 수 있다.
△박경철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새로운 SW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만들어진 것을 잘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SW산업을 키우려면 생산성과 재활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SW 기술자산 관리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동안 우리나라가 소홀했다.
△사회=해외에도 SW 기술자산 공유·활용을 담당하는 제도나 기관이 있나.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SW공학센터장=해외는 기업 단위로 사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 공군이 시도한 적 있지만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사업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개발한 기술자산을 관련 부서, 팀과 공유하는 게 기본이다. SW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건 낭비기 때문이다. 남이 만든 것으로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고, 축적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경쟁력이다.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해외에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할 만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소스코드와 도큐먼트를 스터디해서 필요한 포인트에 활용하는 식의 R&D가 이뤄진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표준화가 잘 돼 있으면 SW 개발 수준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SW자산뱅크가 이를 위한 첫 번째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최근 주목받는 공개SW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는가.
△이상은 센터장=공개SW는 비교적 불완전한 소스를 올려놓고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는 형태다. `공유`라는 점에서 공개SW와 비슷하지만 SW자산뱅크는 아예 우수 사례를 모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개SW는 여러 사람이 협력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비교적 고르지 않은 환경에서 개발되는 만큼 그 과정은 명확히 알 수 없다. 또한 공개SW는 품질·개발과정을 증명하기 힘든 단점이 있는 반면, SW자산뱅크는 품질 정보와 개발 과정을 포함하고 있어 SW 개발 경쟁력을 상향평준화하는데 유리하다.
△박용범 교수=결국 표준화가 차별화 포인트다. 공개SW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져 다른 곳에 활용이 쉽지 않다. 하지만 SW자산뱅크는 표준화를 바탕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부품을 조합해 하나의 큰 기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SW자산뱅크, SW산업발전·창업·수출에도 큰 힘
△박경철 부회장=SW자산뱅크는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SW산업도 제조업과 기본적인 부분은 비슷하다. 제조업이 조립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부품화를 통해 전자산업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SW도 부품을 만들어 담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하며, 이 역할을 SW자산뱅크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범 교수=창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은 SW 개발을 위한 절차 등이 사실 막연하다. SW자산뱅크를 활용하면 SW 개발을 위한 절차나 과정, 샘플 등을 알 수 있으니 좋다. SW 개발을 위한 모든 활동과 문화가 창업자에게는 소중한 기술자산이다.
△사회=결국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순기능에는 무엇이 있나.
△이상은 센터장=수출할 때도 SW 기술자산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SW자산뱅크는 충분히 통할 것이다. 등록물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춰 놨다. 창업과 수출이라는 SW 업계 과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김두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CP=SW자산뱅크 활용이 활성화되면 SW산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성공적인 활용 사례가 많이 나오면 자발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 교수를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SW 전공 교수를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등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잘못됐다. 대신에 SW자산뱅크를 활용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활용하는 것을 평가해 실적으로 반영하면 교육 부문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숙제는 SW자산뱅크 활용 `활성화`
△사회=SW자산뱅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활용을 촉진시키느냐다. 역할을 민간과 공공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특히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박경철 부회장=민간 참여가 처음부터 활발할 것으로는 기대할 수는 없다.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노하우의 공개와 활용이라는 문제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SW자산뱅크의 개념과 중요성을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공공 부문에서 먼저 기술자산을 공개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민간도 차츰 필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김두현 CP=우선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 주요 검색 포털에서 기술자산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정 부분에서는 의무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공 부문 연구개발(R&D) 기획시 SW자산뱅크 등록을 의무화 하는 등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의무화만으로는 역시 한계가 있다. 결국 성공은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 조성에 있는 만큼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이상산 대표=시장에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결국 누가 SW자산뱅크에서 기술자산을 갖다 쓸 것이냐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아도 수요가 없으면 시장은 금방 사그라진다.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출연하면 공급자는 알아서 움직인다. 수요를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SW자산뱅크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1~2개 분야를 정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SW자산뱅크의 기능과 장점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김두현 CP=SW자산뱅크 활용을 촉진시키는 것은 시스템통합(SI) 업체와 대기업이 될 것이다. `SW자산뱅크에 등록하면 SI 프로젝트에 많이 사용되고 대기업이 많이 적용한다`는 소문이 나면 활용 촉진이 수월할 것이다.
◇성급한 기대는 금물…꾸준한 지원 뒷받침돼야
△사회=SW자산뱅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상산 대표=사실 우리 같은 기업 입장에서는 SW 기술자산을 분류하고 등록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일단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니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투자를 해도 과연 기대만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박용범 교수=그동안 이런 종류의 사업이 많이 실패했던 것은 대개 너무 성급했기 때문이다. 원래 자연발생으로 만들어진 것은 힘이 세지만 인위적으로 만든건 약하다. 식물도 마찬가지 아닌가. SW자산뱅크는 그런 의미에서 곧바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열매를 맺기 전 떡잎 나는 것만 보고 실망하고 물을 주지 않는 실수를 범하면 안 된다.
△이상은 센터장=금융자산을 마련할 때에도 우선 기초자산이 있어야 한다. 목돈을 마련하기 까지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 전에 성과를 따지면 안 된다. SW자산뱅크가 정말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박경철 부회장=널리 홍보되고, 민간기업의 호응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업 도중에 지원을 줄이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