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이 6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의지를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이다. 권 부회장은 주요 투자자와 전문가를 초청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우수한 기술만 있다면 개방적으로,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M&A를 추진해 핵심 사업을 성장시키고 신규 사업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일류기업 가운데 유독 M&A에 보수적인 삼성전자가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을 예고했다.
두 CEO가 밝힌 M&A 방향은 구글, 애플과 같은 경쟁자들의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스스로의 역량만으로 성공하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을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다. 아예 좋은 기술과 인력을 사오는 게 시간, 비용도 줄이며, 성공 기회를 더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목표로 한 매출 두 배 신장에도 M&A 없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M&A를 통한 기술생태계 없이 구글, 애플과 맞설 수 없다.
삼성전자 M&A 타깃은 아무래도 외국 기술기업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우수 기술기업이 몰린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술혁신과 스타트업 발굴 전진기지를 둔 것이 그 포석이다. 이젠 글로벌 기업이 됐으니 좋은 외국 기업을 발굴해 인수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AST 인수 실패와 같은 일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내 우수 기술기업이 배제될까 걱정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수는 아니나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한 기술기업이 있다. 하지만 초기에 제대로 된 파트너와 투자자를 만나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기업공개(IPO) 외엔 마땅히 회사를 키울 기회도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M&A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인수를 꺼린다. 인수를 해도 결코 제값을 주지 않는다. 이런 풍토에선 좋은 기술기업이 지속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M&A를 선언한 참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그릇된 국내 M&A 풍토를 확 바꿔놓는 역할도 하길 바란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상생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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