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부동의 국내 1위 정유사다. 신성장사업과 기술개발에 대한 욕심이 그 어느 기업보다 많다.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잡은 자원개발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전자정보소재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리튬이온 분리막을 비롯해 편광필름, 연성동박적층판 등이 기술 영토 확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그린폴`과 석탄으로 만드는 `그린콜`은 SK이노베이션의 간판 신성장사업이 됐다. 불안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선방하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와 석유제품 수요 부진으로 정유·화학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 개척을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혁신으로 경쟁력 강화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7월 자회사인 SK에너지에서 인천콤플렉스와 트레이딩 사업 부문을 분사해 각각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공식 출범했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맡은 SK종합화학, 윤활유사업의 SK루브리컨츠를 포함해 자회사가 5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사업별로 분사에 나선 것은 실적의 양대 축인 `정유`와 `석유화학`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사를 통해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현재 건설 중인 파라자일렌(PX) 설비를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한 뒤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화학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할 방침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날은 안정적 원유 확보와 해외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사업 영역과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글로벌 트레이딩 전문회사로 도약한다.
SK에너지는 `글로벌 에너지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의 석유정제 사업 분야를 넘어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합의하고 울산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PX공장을 2014년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SK루브리컨츠는 친환경 정책에 따른 고급기유 수요 상승에 맞춰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사와 설립한 두마이 윤활기유(LBO) JV, 스페인 렙솔과 건설중인 카르타헤나 LBO JV에 이어 신규 LBO프로젝트 발굴을 지속할 예정이다. JV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고급기유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0주년 맞은 석유개발사업(E&P) 또한 독립 CIC로 승격해 글로벌 M&A 등을 통한 독자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한 석유개발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비중은 31%로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신성장사업은 `내가 먼저`
SK이노베이션은 `기술주도형 혁신기업`이라는 목표 아래 비즈니스 모델 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기술 영토 확장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을 통해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콘티넨탈과 합작해 `SK-콘티넨탈 이모션`을 출범시켰다. 또한 지난 4월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손잡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한데 이어 지난 7월 초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대형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신성장동력을 넘어 SK이노베이션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정보전자소재 사업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내 1위, 세계 3위에 오른 리튬이온분리막(LiBS) 사업은 지난해 6·7호기 생산라인 상업가동에 이어 8·9호기 확장을 진행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들어가는 회로기판의 핵심 부품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2호 생산라인 증설도 결정했다. LCD패널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편광필름(TAC) 생산라인은 시운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전자소재 분야에서도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회사는 `녹색 이노베이션`도 실현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 폴리머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생산에 앞장선다. `그린폴`이라 불리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회수, 저장에 그치지 않고 촉매 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머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를 실생활에 유용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 자원화·상업화하는 획기적 친환경 신소재 기술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청정 석탄에너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확보하기 쉬운 저급 석탄을 `석탄 가스화` 공정에서 합성가스로 전환하고 전환된 합성가스를 활용해 합성석유, 합성천연가스,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박스//눈부신 자원개발, 일일 원유생산 7만배럴 시대 열어
세계 16개국 24개 광구, 4개 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일일 원유생산량 7만1000배럴을 돌파하며 민간 에너지기업 최초로 `7만의 벽`을 넘어섰다. 3분기에는 일일 원유생산량 7만2000배럴을 달성하며 우리나라 대표 민간 에너지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08년 2만6000배럴 수준에서 5년 만에 세배 증가한 것으로 페루 56광구와 88광구, 베트남 15-1, 예멘 LNG 프로젝트 등의 연이은 성공을 바탕으로 연평균 20%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분원유보유량도 증가해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약 9개월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6억3300만배럴 수준이 됐다.
2008년 연간 매출 5253억원, 영업이익 2944억원 이었던 실적은 2011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5105억원, 영업이익 2831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 돌파와 함께 2011년에 이은 매출 1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원개발사업이 SK이노베이션의 중심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자원부국경영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2004년 해외석유개발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자원&인터네셔널(R&I)부문 신설을 시작으로 최 회장은 일선에서 사업을 지휘했다.
지난 2007년 기상상황이 열악한 밀림지대에 위치한 페루 88광구를 찾아 시추현장을 둘러보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한 일화는 최 회장의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의 자원부국경영 드라이브는 2010년 페루 LNG프로젝트에서 꽃피웠다. 페루 LNG프로젝트는 현지 유전개발에서 가스생산·수송·수출을 망라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자원개발사업을 개발, 생산, M&A 등 완성된 사업모델과 기술기반 역량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CIC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투자관리 프로세스 강화에도 힘을 모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자원부국경영에 대한 뚝심을 바탕으로 자원개발사업은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해 일일 10만배럴 돌파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스//SK엔크린이 말하는 진심은?
SK에너지가 2년만에 TV를 통해 선보인 `트루 캠페인`이 화제다. 캠페인은 `진심(True)을 채우다`라는 카피와 코믹한 춤, 음악 등 유머코드로 엔크린의 우수한 품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에너지는 `진심`을 엔크린의 제조·유통·소비 과정을 관통하는 화두로 삼아, 엔크린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표현하고자 했다.
엔크린의 `진심`은 세 가지다. `공간초월의 법칙 편`은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는 엔크린의 고품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선처리의 법칙 편`은 소비자들이 실제 주유를 하면서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주유시 정품, 정량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SK주유소의 투명 주유기를 소개한다.
`일당백의 법칙 편`은 유류 수송 과정에서 가짜 기름 등이 섞이지 않도록 GPS를 활용해 품질관리를 하는 SK에너지만의 유류수송 전자봉인 시스템을 다룬다.
SK에너지는 캠페인에서 발랄하고 친근감 있는 캐릭터의 두 모델을 활용해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만의 전문 역량과 품질관리 노력 등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윤대원·함봉균·박태준·조정형·최호 기자 green@etnews.com